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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신데렐라맨의 패착

 

신데렐라맨의 패착

 

이건희 아버지 선대회장 호암은 어려서부터 서당에서 공부한 탓에 고전(古典)에 매우 밝았다. 논어가 삼성가의 헌법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자녀 교육으로 택한 텍스트는 대학과 그 해설서인 진수의 대학연의(大學衍義). 그리고 자녀교육의 룰모델은 세종대왕이다. 그래서 그가 삼성 기업을 셋째 아들에게 물려준 것 또한 세종대왕이 셋째 아들이기 때문이리라.

 

그가 첫 출근 하던 날, 아버지인 호암은 아들에게 평생 남는 뭔가를 가슴에 화인처럼 찍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붓을 들어 자신의 스승의 사조이신 간재전우 선생의 필체가 묻어나는 필치로 경청(傾聽) 두 글자를 써 준다. 그런데 경청(傾聽)이 왜 경청(敬聽)이 아니고, 경청(傾聽)일까. 어마하게 돈 많은 부자가 어째서 자식에게 양반가의 경청(敬聽)이 아닌 천것들이 쓰는 돈 있는 곳이라면 몸을 굽혀서라도 찾아가라는 의미의 경청(傾聽)을 써 줬을까.

 

세상 사람들이야 이회장이 돈 많은 부자니까 온갖 좋은 말로 꿈보다 해몽이지만 이 경청(傾聽)은 저들이 말하는 그런 의미의 경청(傾聽)이 아니다. 아버지의 의중을 정확히 깨달은 아들은 돈버는 일이라면 안 할 짓도 없고, 번 돈을 지키는 일이라면 못 할 짓도 없이 살았다. 그래서 말년에는 돈 문제라저장후 닫기면 피를 나눈 형(이맹희)과도 송사를 불사했다. 이처럼 돈에 관한 한 찔러도 피한방울 날 것 같지 않던 그에게도 돈에 관한한 아비를 빼박은 걸출한 딸이 하나 있는데 그가 바로 2조가 넘는 재산 중에서 86억만 떼어주면 남편을 버려도 된다는 법정 판결을 받아낸 이부진이다. 물론 아들도 하나 있다. 임세령이란 여자한테 이혼 당했는데 구치소와 재판소를 오가며 고단한 날들을 보내고 있는 다소 아둔한 아들이다. 세상은 그를 일러 이재용 부회장이라 불렀다. 어쨌거나. 그렇다. 이건희 회장은 안다. 걸출한 딸을 둔 아비가 사윗감으로 어떤 남자를 선택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알고 있다. 신명화가 자신의 딸 신사임당을 위해 이원수를 택한 것처럼 이건희 또한 자신의 딸을 위해 임우재를 데려온 딸의 결정에 묵인했던 것이다. 신데렐라맨 임우재 인생은 이미 그때부터 잘못되기 시작했으리라. 딸랑 불알 두 쪽이 전 재산인 남자가 재벌가의 딸과 결혼을 했다면 오직 두 개의 법만 지키면 산다. 첫째, 자녀를 무조건 많이 낳아서 아군을 많이 만들어라. 둘째, 첫 번째 법칙을 절대 잊지 마라. 신데렐라맨 임우재의 패착은 여기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