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4 (화)

  • 맑음동두천 15.0℃
  • 맑음강릉 23.0℃
  • 맑음서울 17.4℃
  • 맑음대전 17.8℃
  • 맑음대구 20.1℃
  • 맑음울산 15.8℃
  • 맑음광주 18.1℃
  • 맑음부산 17.7℃
  • 맑음고창 13.2℃
  • 맑음제주 17.3℃
  • 맑음강화 13.9℃
  • 맑음보은 14.8℃
  • 맑음금산 15.3℃
  • 맑음강진군 14.6℃
  • 맑음경주시 17.7℃
  • 맑음거제 17.9℃
기상청 제공

뉴스

수혜는 '평택'… 규제는 '용인'

무늬만 상수원… 용인·안성시 '해제추진'

   
▲ 경기도가 송탄상수원보호구역과 관련해 지자체간 중재에 나섰지만 쉽게 해결되지 않고있다.


평택시, 이웃 도시 고통 나몰라라 이기행정


# 이달 초 16년만에 상수원 보호구역에서 전격 해제된 전북 정읍시 옥정호. 옥정호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인 것은 지난 1999년 8월이다. 옥정호는 그동안 전주시, 정읍시, 김제시, 임실군, 순창군에 먹는 물을 공급했다.

그러나 지난 2001년 진안 용담댐이 건설되면서 공급 지역이 대폭 줄었다. 전주시, 임실군, 순창군은 용담댐 물을 먹게 됐으며 김제시도 올 하반기에는 용담댐 상수원으로 편입된다.

정읍시만 옥정호를 상수원(일일 3만7000톤)으로 이용하게 된다. 취수 지역이 줄자 옥정호 주변 주민들은 전북도와 중앙부처에 상수원구역 폐지 또는 재조정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그러나 수질 문제 등을 우려한 정읍시 측 반대로 공회전을 거듭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전라북도와 정부의 중재안에 대한 정읍시 측 입장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지자체 간 상생을 위한 협의가 시작된 것. 정읍시가 26일 합의에 응한 것은 수질 개선 및 상생 방안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전북도와 정읍시, 임실 순창군은 지난 5월 옥정호 상수원보호구역 축소를 협약했다. 그리고 지난 7월, 상수원보호구역을 전격 해제했다.

사실상 상수원 기능 상실… 지자체간 갈등만 키워

사실상 상수원으로써의 기능을 상실한 송탄상수원보호구역과 관련, 규제 존치와 해제를 두고 인근 지자체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상수원 문제와 함께 청정지역 존치를 위해서라도 송탄과 유천상수원보호구역을 존치해야 한다는 평택시 측과 개발족쇄를 풀어야 하는 용인과 안성시 측 입장이 상충된 지 36년째다.

하지만 최근 상수원보호구역 관련, 지자체 간 상생 협의가 곳곳에서 결실을 맺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각종 개발제한 일변도의 규제에서 지자체 간 협의를 통한 ‘상생을 위한 규제’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것.

이달 초 전격 해제된 전북 ‘옥정호 상수원보호구역’의 경우, 용인시와 안성, 평택시 간 갈등의 뿌리가 되고 있는 송탄상수원 보호구역과 매우 유사한 모습이다.

송탄상수원 보호구역은 지난 1979년 용인시 남사면과 평택시 진위면의 경계 진위천에 송탄정수장이 설치되면서 3.859㎢의 면적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취수원으로부터 상류 10km까지 수도법에 따른 규제를 받게 됐다. 규제 면적만 용인시 처인구 남사·이동면과 안성시 원곡면까지 총 110㎢에 이른다.

수도법상 취수지점으로부터 7㎞ 이내는 폐수방류 여부에 관계없이 공장설립이 불가능하고, 상수원 보호구역 경계로부터 7∼10㎞ 구역은 폐수를 방류하지 않는 시설에 한해 평택시의 승인을 받아야 해 지자체간 갈등의 요인이 됐다.

송탄상수원 상류지역 용인 '개발족쇄'

문제의 핵심은 상수원 보호구역의 존치 여부다. 취수시설 상류지역인 용인과 안성지역이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여 각종 규제를 받는 반면 평택시는 수질보존의 혜택은 물론 개발제한도 없어 이해관계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한강유역환경청과 경기도,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에 따르면 평택지역은 송탕상수원이 해제되더라도 물 공급이 가능하다. 동탄 신도시 등을 진행하며 이미 광역상수도 공급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택시는 하루 평균 16만1066t으로 이중 약 15%인 2만4728t을 송탄·유천정수장을 통해 공급하고 있다며 광역상수도 공급을 거부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우제창 전 국회의원 등에 의해 송탄정수장의 휴면운영이 일부 밝혀졌지만, 평택시 측은 여전히 송탄정수장을 통한 물 공급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평택시 측의 입장 이면에는 또 다른 계산이 숨겨져 있다는 분석이다. 상수원 보호구역 존치에 따른 수혜와 수질문제가 걸려있다는 것.

특히 진위면 일대의 경우 평택지역 내 몇 안 되는 청정지역으로, 휴양명소로 알려지며 여름철 행락객과 캠핑족의 방문으로 지역 주민들의 수입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평택시 측은 진위천 일대에 시민유원지를 만들어 오토캠핑장과 물놀이장, 눈썰매장 등으로 활용 중이다.

또 상수원 보호구역 지정에 따른 환경부 등 정부지원금도 평택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평택시 측은 표면적으로 “진위천과 안성천 상류 수질보호를 위해 보호구역은 존치해야 된다”는 입장이다.

상수원 보호구역이 해제되면 하류 수질이 더욱 악화돼 결국 평택호 수질까지 악화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평택시 측 주장과 달리 국가망 수질측정 자료에 따르면 진위천 지점별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 측정 결과 취수원 상류는 평균 2mg/L(좋음) 미만으로 양호하지만 취수원 아래부터 3~4mg/L(보통)로 떨어지고 진위공업지역을 지나 하류지점에서는 8mg/L(나쁨) 이상으로 악화됐다.

안성천도 상류는 평균 BOD 측정값이 2mg/L 미만이지만 취수원 아래 하류는 6mg/L 이상을 기록했다. 이는 진위천·안성천의 오염원이 상류가 아닌 평택구간에서 나타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즉, 평택시 측이 인근 지자체 주민들의 희생만 강요한 채 혜택만 누리려 하는 셈이다.

남경필 지사 중재 나섰지만 평택시 '해제불가'

평행선을 달리는 3개 시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경기도가 지난 4월부터 중재에 나섰지만 3개 시와 합의된 연구용역조차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도와 3개 시는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에 따른 피해 최소화 연구용역에 합의했지만 평택시의회가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반대한다며 용역 예산을 모두 삭감했다.

평택시는 시의회를 설득해 2차 추경에서 용역 예산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상수원보호구역 해제와는 무관하다고 일축했다.

평택시 관계자는 "진위천, 안성천 등 평택호로 유입되는 지류와 평택호 수질개선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상수원보호구역 해제와는 별개"라며 "시민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수질대책 없이 해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중재안을 사실상 거부한 셈이다.

도 관계자는 “연구용역까지는 3개 지자체 협의가 이뤄진 만큼 평택시에서 예산을 세울 것으로 본다”며 “현재 연구용역 과제에 포함될 세부 내용들을 3개 지자체와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웃 지자체간 반목과 갈등은 지양해야 한다"며 "우선 용역에서 지류와 평택호를 포함한 수질개선대책이 수립된 뒤 해제 등을 포함해 함께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안성 시민 인내 한계… 공동전선 모색

지자체 간 협의가 제자리걸음을 거듭하는 동안 용인과 안성지역 주민들의 불만은 한계치를 넘어서는 분위기다.

주민들은 “더이상 평택시민만을 위한 희생을 강요당할 수 없다”며 공동대응 노선을 갖추는 모습이다.

실제 주민들은 평택시에서 진행 중인 고덕산업단지에 전력을 공급하는 송전선로 건설과 관련,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들어서는 고덕산단의 경우 당초 남사면에 입지하려다가 송탄 산수원 보호구역 문제로 평택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지며 평택시에 대한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용인과 안성시 주민들은 국민권익위원회에 조정 신청과 평택 고덕산업단지 전력공급을 위한 ‘고덕~서안성간 송전선로’ 건설에 대한 강경 대응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