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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국민은 재벌들의 노예가 아니다

<우농의 세설>

<우농의 세설>

국민은 재벌들의 노예가 아니다

지난해 갑오년 최고의 갑질은 “까까 미개봉사건 전말에 관한 보고서다.” 일명 땅콩회항사건이다. 거기서 누군가의 자식이며 누군가의 가정을 책임진 가장인 아무개 남자 사무장은 부사장 앞에서 폭행을 당하고, 무릎까지 꿇리는 모욕을 당했다. 아니 굴욕을 동반한 치욕을 당했으나 더 이상 개처럼 살지 않겠다는 인간선언을 하게 된다.

월급쟁이들에게 사장이란 국가기관에 끌려가서 고문당하는 것보다 더 무서운 존재다. 월급쟁이들에게 있어서 사장이란 곧 하늘이다. 더군다나 아버지 빽만 믿고 앞뒤분간 못하는 세습사장이라면 그건 그야말로 으스스한 하늘이다. 이런 갑들의 전쟁통에서 총알받이로 살아남아야하는 을들의 고군분투는 실로 눈물겹다. 특히 대한민국 작금의 기업 조직에서 월급쟁이들은 직장인이라기보다는 노예라는 말이 더 적확한 표현 아닐까. 생존에 필요한 것은 인간의 덕목이 아닌 노예의 덕목이다.

작고한 아동문학가 권정생은 “혁명가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잘못되고 공정치 못한 일이라면 희생을 해서라도 바로 고쳐나가는 사람이 바로 혁명가다”라고 말했는데, 이들이야 말로 우리시대의 영웅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이들은 우리를 짓누르는 이 무력감, 권력집단, 언론이 퍼트리는 ‘자기완결적인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 즉 “어차피 바뀌지 않을 거니 가만히 있어라.”라는 악마의 속삭임을 물리쳤다, 70년대 유신 반대운동에 나섰던 이문영 선생이 〈겁 많은 자의 용기〉에서 강조한 것처럼, 겁 많은 사람들이 양심이라는 ‘최소주의’ 원칙에 서도 권력을 뒤흔들 수 있다. 을미년 양의 해, 양같이 순하고 성실하게 일만 하던 사람이 투사가 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