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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가장 위험한 삐라

우농의 세설

우농의 세설

가장 위험한 삐라.


1000년 동안 잊혀진 사상가를 꼽으라면 단연 맹자가 으뜸이다. 그런 그가 남송의 유학자 주자에 의해 재해석되면서 아성(亞聖)의 반열에 선다.

결국 맹자는 진보 유학자들에 의해 논어가 성리학의 이념을 지탱해주는 책이라면 맹자는 성리학을 뿌리내릴 수 있게 하는 국가 이데올로기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좌우서가 된다. 하지만 맹자라는 책은 기존 권력을 잡은 자들에게는 목에 걸린 가시와 같은 책이다. 결코 권력 이데올로기로 순화될 수 없는 책이란 말이다. 그만큼 맹자라는 책은 급진적 혁명사상을 담고 있는 매우 불온하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책이다.

삼봉과 포은은 서당동기지만 포은이 오년 배다. 일찍이 삼봉은 맹자를 천 번 이상 읽은 사람이다. 정도전은 20세에 성균관에서 경전을 공부할 수 있는 진사시에 급제, 얼마 후 부친상으로 3년 시묘를 사는데 포은이 맹자 책을 준다. 서당시절 삼봉이 맹자를 외운다는 걸 포은이 모르지 않을 터.
고개를 갸웃하며 포은이 건네준 맹자 책을 토씨하나 안 빼놓고 하루 반 장 이상을 넘기지 않으며 아주 느리게 경전 해석하듯이 읽는다. 그렇게 시묘 살이 3년 기간 동안 맹자를 읽으면서 비로소 역성혁명을 꿈꾼다.

이처럼 맹자라는 책은 역성혁명을 꿈꾸는 유학자들에게는 약속을 안 지키는 왕은 당장 갈아치워도 된다는 메시지를 담은 삐라와 같은 존재다. 그런 맹자의 눈으로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본다면 어떨까. 뭐가됐건 국민이 투표해서 뽑힌 사람들은 어디서 무슨 짓을 해서라도 국민과 약속한 것은 지켜야한다. 선거운동 할 때 목이 터져라 외쳤던 내가 당선되면 이러 이러한 짓들을 하겠다는 조건으로 국민은 그 사람에게 국민개개인의 재산과 목숨을 바친 거다. 그런데 이제 와서 나라 살림이 어려워서, 국가안보 문제가 걸려서, 여타의 이유를 들어서 대 국민과의 약속을 안 지키는 일이 왕왕 있는데 그러면 안 된다.

약속을 못 지키겠으면 그 자릴 그냥 내려놓고 가면 된다. “제가 역량이 부족하여 선거기간동안 쏟아낸 국민과의 약속을 못 지켜 죄송합니다.”라는 쪽지 한 장 남기고 가라. 그러면 된다. 자로(子路)가 스승인 공자께 묻는다. “정치를 한다면 무엇을 먼저 하시겠습니까” 하니 공자 왈, “반드시 명분을 바르게 세우겠다.” 쉽게 말하면 “내가 한 말은 꼭 지키겠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