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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귀신도 울고 갈 두 시인의 붓글씨-2

우농의 세설

<우농의 세설>

귀신도 울고 갈 두 시인의 붓글씨-2


붓글씨의 기준은 일감사미(一感四美)인데 붓글씨를 감상한다함은 첫째, 글자의 위 아래 균제미. 둘째, 좌우의 조형미. 셋째, 탈 속적인 고박미(古薄美). 그리고 넷째는 글 전체적인 조화미(美)를 볼 수 있다.

이런 연후에야 시각적 생동감이 몸으로 체화된다. 그래서 붓글씨는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이러한 이유로 붓글씨는 서예가가 아닌 방외지사 시인이나 고승의 글씨를 천하제일로 친다.

시인도 아닌데 고승의 글씨를 시인과 동격으로 놓는 이유는 시(詩) 자(字)가 절(寺)에서 하는 말(言)이 시(詩)이기 때문이다. 이는 시인이나 고승들의 마음은 자연에 가장 가까이 있다는 의미다. 창암(蒼巖) 이삼만(1770~1847)은 71세(1840년)때 서예 이론서 <서결>을 쓰는데 붓글씨는 자연에서 비롯되어 음(陰)과 양(陽)이 생겨나고, 형(形) 세(勢) 기(氣)가 붓에 실려 부드러움과 거침, 바름과 기괴함이 생겨나니 세참과 빠름, 느림과 껄끄러움의 묘미만 터득하면 서예는 끝이라고 했다.

창암은 조선 말기인 19세기 호남 서단을 평정하며 유수한필(流水閑筆)로 필명을 떨친다. 서울의 천재(天才) 추사(김정희1786~1856), 평양의 서귀(書鬼) 눌인(訥人) (조광진1772~1840)과 더불어 당대(三筆)로 강호를 평정한 인물이다.

현존하는 문인 중에 붓글씨의 명필을 꼽으라면 만다라의 작가 김성동님이나 태산북두 구중서 교수님을 비껴갈 순 없으나 시인이 아니란 점에서 방외로 본다. 시인 중엔 묵객이 의외로 많다. 먹 춤의 일인자 정진규 시인 혼연서가(混煙書家-담배연기 가득함) 박주택 시인, 깔끔이 똑똑 떨어지는 글씨하면 김초혜 시인을 들 수 있다. 그런 와중에 두 거필(巨筆)을 든다면 고은과 죽편에 강호제현과 제하자는 유구무언이리라. 시왕(詩王) 고은 선생님이 자신의 글자에 대해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하늘을 찌를 듯한 치기어린 오만함(?)을 갖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글씨를 강호제일 서(書)로 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꼭 정답 또한 아니다.

시왕 고은님이 불립문자의 신필(神筆)로 나이로 치면 중학교 1학년쯤 글씨(?)로 물무응한도격서(物無凝閑道格書-사물에 걸림이 없이 한가로운 도(道)의 격을 갖춘 글씨)라면 죽편의 글씨는 불학 문자의 곡필(哭筆)로 견귀래곡왕경서(見鬼來哭往驚書-귀신도 보고 울고 갈 만큼 놀랄 글씨) 나이로 치면 일곱 살 정도 어린 아이가 쓴 글이랄까. 이런 글씨체를 두고 노자는 노자도덕경 45장에 대교약졸(大巧若拙)이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