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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이 땅의 선비들은 어디서 뭘하나

<우농의 세설>

선비가 가난하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 선비는 아웃이다. 지식인을 선비라 칭함은 시대에 대한 발언 때문이다. 옛 선비는 두 가지에 자신의 목숨과 가문의 명운을 건다. 상소문을 몇 룹 올렸는가, 적소 ‘귀양’을 어느 곳에 두었는가이다.

첫 번째는 차자 ‘간단한 상소’로, 두 번째는 상소문으로 올리는데 차자는 진언 ‘禮로 간함’으로 하고, 상소문은 직언 ‘쓴 소리’로 한다. 그래도 안 되면 세 번째 상소문인 도끼를 지니고, 올리는 지부상소(持斧上疏)를 한다.

“내말이 틀렸다면 이 도끼로 내목을 자르시오”라는 엄중문책을 내함 한다. 선비가 임금을 꾸짖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가진 게 많은 선비일수록 상소문의 붓끝은 무뎌 진다. 선비가 목숨을 내 놓고 상소문을 쓸 수 있는 힘은 천작이라는 하늘이 준 벼슬 때문이다.

맹자 고자장구 상에서 맹자 왈 “천작은 하늘이 내리는 벼슬이고, 인작은 사람이 주는 벼슬인데 천작이란 인· 의· 충· 신에 최선을 다함에 즐거워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음이다.(孟子曰 有天爵者 有人爵者 仁義忠信 樂善不倦此天爵也)

선비란 아래로 백성들에게는 인과 의로 하고 위로 임금에게는 충과 신으로 섬기는 것을 하늘이준 벼슬로 여기는 거다. 누항의 백성들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먹고사는데 바빠서 임금에게 상소문을 쓰고 자시고 할 만한 지식도 없거니와 관심도 없다. 그저 열심히 일해서 처자식 끼니 굶기지 않는 것이 인의충신이기 때문이다.

임금을 꾸짖고 바른길로 인도하는 것은 선비의 몫이다. 주역에 생각의 범위는 자신의 위치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 사불출기위(思不出其位)는 말과 논어의 그만한 지위에 있지 않으면 나라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다(不在其位 不謀其政)는 말이 이를 두고 한말이다.

훗날 공자는 이 말을 정계에 양명하는 제자에게 풀어 말하길, 말을 해야 할 사람에게 말을 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고, 말을 하지 않을 사람에게 말을 하면 말을 잃는다(可與言而不與之言 失人 不可與言而與之言 失言)고 했다.

콘크리트 지지율을 자랑하던 박근혜 대통령은 뒤틀린 오기의 수첩인사로 혼군(昏君)으로 놀림감이 됐다. 이 땅의 선비들은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