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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정치란 국민이 믿게끔 해야 한다.

우농의 세설

역산(歷山)의 농부들은 밭 경계를 사이에 두고 매일 싸운다. 순(舜)이 역산에 가서 경작을 하자 1년 만에 역산의 농부들은 서로 양보를 한다.

뇌택의 어부들은 어장을 놓고 서로 싸운다. 순(舜)이 뇌택에 가서 고기잡이를 하자 1년 만에 서로 양보를 한다. 하빈(河濱황하 강변>의 도기(陶器)는 찌그러졌고 잘 깨진다. 순이 하빈에 가서 도기를 만들자 1년 만에 하빈의 도기는 찌그러지지도 않고 잘 부서지지도 않는다.

순이 사는 곳은 1년 만에 부락이 형성되고, 2년 만에 마을을 이루며 3년이 되자 도시가 된다. 공자는 이게 바로 성인의 덕화라며 칭송하는데 한비자는 15권 34장 난(難) 1편에서 고개를 젓는다. 그깟 하나를 고치는데 무슨 1년씩. 3년이 걸려서야 겨우 세 가지를 고쳤으니 어느 하 세월에…. 그렇다면 세상은 구석구석에 나쁜 것이 산처럼 쌓였는데 이 모든 나쁜 것을 고치려면 도대체 순의 나이가 얼마나 길어야 한단 말인가.

이건 잘한 일이라 할 수 없다. 기준을 정해서 좋은 일을 하면 상을 주고 기준에 맞지 않는 좋지 않을 일을 하면 벌을 줘라.

이런 법이 아침에 발표되면 저녁쯤이면 고쳐지고. 저녁에 발표되면 다음날 아침쯤이면 나쁜 짓은 사라진다. 이렇게 10일이면 온 나라가 모든 곳에서 고쳐질 것이다. 그러하거늘 순임금처럼 어찌 1년씩 허비한단 말인가.

기원전 361년 진(秦)효공(孝公) 영거량은 나라를 다스리는데 많은 애를 먹는다. 임금이 말을 해도 통 들어 먹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신임 재상 상앙왈. 법이 지켜지지 않는 것은 위에서부터 법을 어기기 때문이다. 법지불행자상범지(法之不行自上犯之)라며 진 효공 영거량의 형을 잡아다가 그간의 죄를 물어 코를 베어버린다.

이일 후에 진나라는 일순간 모든 질서가 다 잡힌다. 이일 후에 진효공은 자신의 한 말에 대하여 농담조차도 다 지킨다. 백성 또한 그런 진 효공 영거량을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 이라며 무한 충성을 한다. 태공망 여상은 무경칠서(武經七書)중 하나인 육도삼략 제2편무도(武韜) 제4장 순계(順啓)편에서 말한다. 천하를 수용할 수 있는 그릇이란 대개천하연후능용천하((大蓋天下然後能容天下)신뢰가 천하를 덮을만해야 천하를 휘어잡을 수 있다. 신개천하, 연후능약천하(信蓋天下, 然後能約天下)정치란 뭐니 뭐니 해도 국민이 믿게끔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