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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내 인생의 좌우서

우농의 세설

공산당 혁명 때 위기에 몰려 도망을 가다 막다른 골목에서 더 이상 도망 갈 곳이 없어지자 살기위해 똥통으로 뛰어든다.

가진 것 이라고는 산속에서 게릴라전하면서 나무에 꼽아 물 빨아먹으려고 주머니 속에 넣어둔 빨대하나. 그 빨대를 입에 물고 자신을 잡으러온 적군이 돌아가기까지 재래식 똥통 안에서 코딱지를 뜯어먹으면서 사흘 열 끼니 즉 삼일을 버틴다.

이런 인연으로 중국은 지금도 그의 생명의 은인격인 재래식 변소를 바꾸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8세 때 아버지한테 작살나게 터진다. 이유는 삼국지 책을 읽느라 그날 팔아야할 배추를 팔아오지 못해서. 아버지 매에 못 이겨 마을 공동 저수지에 몸을 던져 삼일을 버틴다. 속으로는 몇 번이고 돌아가서 “아버지 잘못했습니다라”고 용서를 빌고 싶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무슨 깡다구인지 이를 악물고 버텼다. 배고플 땐 콧구멍을 쑤셔서 코딱지를 뜯어먹었다고 한다. 그렇게 삼일을 지나고 나니까 아버지 왈. 내가 명색이 남자다. 남자 입에서 잘못했다고 말 할 순 없지 않는냐. 남자는 절대로 용서를 비는 게 아니다. 내가 네 맘 알았으니까. 이쯤에서 화를 풀라.

이때 아들은 아버지께 두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배추장사는 하루 8시간만 한다. 그리고 두 번째. 나머지시간은 책을 읽게 해 달라. 아버지는 두 가지 조건을 수락하는 것으로 협상은 끝난다. 이 꼬마가 훗날 똥통에 빠져 3일을 버틴 중국건국의 아버지 모주석이다.

이때 그가 읽은 책이 삼국지다. 그는 어려서는 삼국지를 읽었고 십대 때는 수호지를 읽었고 장성해서는 맹자를 읽었다고 한다. 삼국지를 세 번 읽은 사람과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三國看三遍. 此人不可交). 이 말은 모(毛) 주석(澤東)께서 즐겨 쓰시던 말이라 한다.

주은래는 세상에는 읽어서는 안 되는 책이 두 권이 있다고 했다. 젊어서는 수호지를 읽지 말고 늙어서는 삼국지를 읽지 말라(少不看水滸 老不看三國). 삼국지는 읽으면 읽을수록 꾀가 많아지고 수호지는 읽으면 읽을수록 사람을 꿰뚫어 보는 혜안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맹자는 이렇게 주석을 단다. 마음을 쓰는 사람은 남을 다스리고 몸을 쓰는 사람은 남에게 다스림을 받는다(勞心者治人 勞力者治於人). 맹자 등문공 상 5-4문장.

송우영 (한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