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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코 드 원 다운

우농의 세설

『열자(列子)』「설부(說符篇)」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다. 춘추시대 말기 송나라의 착한 사람 집에 검은 암소가 새끼를 낳았는데 흰 송아지다(黑牛生白犢). 놀란 착한 사람은 공자께 까닭을 물으니 공자 왈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니 흰 송아지를 하늘에 제사 지내면 됩니다.” 그 후 1년이 지난 어느 날 착한 집 아버지는 눈이 먼다.

그런데 그 착한집의 검은 암소가 또 흰 송아지를 낳았다. 착한집의 부자(父子)는 이일을 공자께 다시 묻는다. 착한 아들은 아버지의 그러한 일이 마뜩치 않아 여쭙길 “지난번에도 그분께 물어봤다가 아버지 눈만 멀었는데 왜 또 그런 분께 물으려 하십니까.” 착한 아버지 왈 “어찌 말이 그리도 경망스러우신가. 본시 성인의 말씀은 처음에는 어긋나는 것 같다가도 살다보면 다 그 말이 맞는 법이지.” 그렇게 해서 공자께 또 물으니 공자 왈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니 흰 송아지를 하늘에 제사지내면 됩니다.” 그리고 1년 뒤에 이번엔 착한 아들 눈이 먼다. “뭐 저런 인간이 성인이냐”라며 공자를 원망하고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눈먼 아들을 달래지만 아버지는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힘겨운 나날을 살아내고 있다.

그런데 강대국 초나라가 송나라를 쳐들어와 큰 전쟁이 벌어진다. 이에 송나라 안에 있는 남자란 남자는 모두 전쟁에 나가서 다 죽는다. 다만 착한 아버지와 아들만이 눈이 멀어서 전쟁에 끌려가지 않아 살 수 있었다. 전쟁이 끝난 어느 날 더듬거리며 웬수같은 검은 암소에게 여물을 챙겨주는데 서서히 눈앞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시력이 회복되어 예전과 같이 되었다.

영국 국빈으로 순방중이시던 박근혜 대통령께서 차에서 내리시다가 언신(偃身·넘어지다)이라는 전대미문의 상황이 발생한다. 이는 부끄러운 일은 아니지만 분명 잘못된 일이다. 의전 담당관은 이 점을 분명 헤아렸어야 했고 한복 만든 사람 또한 이 부분까지 헤아려 옷을 만들었어야 했다. 얼마나 기강이 풀렸으면 자신이 모시는 주군을 길바닥에서 꼬꾸라지게 한단 말인가. 이일로 국민들은 비로소 한 가지 사실을 깨닫는다. 박근혜대통령은 신(神)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성정을 가진 사람임을.

송우영(한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