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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서민은 ‘밥이 고향인 사람’

우농의 세설

중국 15억 인구 중 전고(古文)의 대가를 꼽으라면 곽말약을 비껴갈 수 없다. 그가 일찍이 재미있는 잡서 한 권을 강호에 내 놓았는데 풀어쓴다면 “맹자 이혼에 관한 보고서의 전말” 쯤 된다.

아성(亞聖) 맹자는 아내와 이혼을 하는데 이혼 사유가 아내의 외모가 경국지색이라는 기막힌 이유에서다. 아내의 외모가 너무 미색인지라 남편인 맹자는 학문에 정진하는데 지장이 있다하여 아내를 내친다. 그런 일이 있은 후 맹자는 미색의 아내까지 내쳐가면서 학문에 정진한 결과 당대는 물론 후대와 만고에 이르러 공자와 더불어 인류 스승의 양대 산맥으로 우뚝 선다.

그 맹자가 제자에게 말한다. “너는 나라를 다스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느냐. 그것은 바로 좋은 의견을 잘 들어주는 것이다. 헛 똑똑이(賢者)는 보이는 것만 믿고, 뭐 좀 배워 안다는 자(識者)는 믿는 것만 보고, 어리석은 자(愚人)는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만들어보고, 일반인(凡人)은 남들이 본 것만 떼로 몰려다니며 찾아가서 믿는다. 이는 모두가 근본을 잃은 탓이다.” 라고 했다.

그러면서 맹자 이루하장 상에서 말한다. 천하의 근본은 나라에 있고(天下之本在國), 나라의 근본은 가정에 있고(國之本在家), 가정(家庭)의 근본은 몸에 있다(家之本在身). 몸을 근본으로 그 근본을 밑천 삼아 먹고사는 사람을 일러 민초(民草), 즉 백성이라 한다.

서경 상서(商書) 열명(說命)에서 말한다.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니 근본이 굳건해야 나라가 편안하다(民惟邦本 本固邦寧)” 나라가 바로서는 길은 논어 안연 편에 말한다. “백성이 믿지 않으면 나라가 설 수 없다(民無信不立)” 고. 백성이라 함은 오늘날의 국민을 말함인데 육구연은 백성을 일러 ‘밥이 고향인 사람’이라 했다.

오로지 밥이 고향인 가난한 서민들을 외면 한 채 싸움질을 하고 있는 정치권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아프다. 이 뜨거운 여름날 야당을 중심으로 장외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두 눈을 부릅뜨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선거 공약을 지키라고 외쳐야 할 판에 소통과 대화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소모적인 우리의 정치 현실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아플 뿐이다. 송우영(한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