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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사월의 신부가 아름다운 것은

우농의 세설

여자는 시댁 밖에서 태어나 자라서 시댁 안으로 들어가 살면서 삶을 접는 존재다.

친정에서 엄마를 보고 엄마의 삶을 배운다. 친정엄마를 보면 그 딸의 됨됨이를 알 수 있다는 말이 이를 두고 한 말이다. 엄마를 보고 자라지 못한 딸이 가장 불쌍한 딸이다. 보고 자라지 못했을 때 가해지는 형벌 같은 말.『본데없이 자란 것』시집온 며느리에게 이보다 더 무서운 말은 없다. 시집살이의 성패는 친정엄마의 존재유무에서 결판난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고래로 집안의 흥망과 영고와 성쇠는 며느리의 들고남에 있다. 이혼이 대세인 요즘시대에 뭔 고리타분한 소리냐지만 뼈대 있는 집안은 그렇지 않다. 시집을 간다는 것은 작게는 한남자의 아내, 크게는 가문의 며느리가 됨이다. 스스로를 가문과 사랑하는 이에게 구속당하는 것. 혼자 몸으로 자유롭게 살다가 누군가에게 매이는 것을 기꺼이 감내 할 수만 있다면 시집은 갈만한 곳이다.

시집은 여자가 친정을 떠나서 가야할 첫 집이며 마지막 집이다. 시집은 배우는 곳이 아니라 사는 곳이다. 이를 시집살이라 한다. 질서는 시부모님에서 비롯되는데 차라리 벽을 탈게 라는 말에서 보듯이 시집살이가 그만큼 어렵다는 말일 게다.

아담의 처 이브가 구백 살이 넘게 산 것은 시어머니가 없어서라는 망말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머니 세대 여인들의 시집살이 방식은 조금 독특했다. 귀막고 3년, 입막고 3년, 눈막고 3년, 그렇게 9년 세월을 견디고 10년째 되는 날에 가슴 한 쪽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애련 꽃이 핀다.

애련 꽃은 시집살이를 견뎌낸 졸업장인 셈이다. 쉽게 말해서 홧병이다. 이쯤 되면 견딤은 쓰임을 낳고 쓰임은 시집의 식구가 되어간다는 보증서가 되는 셈이다. 그런 면에서 시집살이는 결과로 나타날 진실을 거울삼아 자신이 그동안 살아온 생활방식의 과오와 오만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시댁 어른의 장점과 덕목을 배우고 인정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물론 그도 친정에서 딸로 살 땐 커피를 마시다 그냥 놓고 가도 됐지만 며느리가 된 순간부터는 마시지도 않은 커피 잔을 치워야 한다. 이 땅의 모든 여자가 딸로 태어나 며느리로 살다가 그렇게 죽어갔다. 사월의 신부가 아름다운 것은 시집살이의 고통을 알면서도 가려고 하는 착한 마음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