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7 (금)

  • 맑음동두천 16.8℃
  • 맑음강릉 22.8℃
  • 맑음서울 18.8℃
  • 맑음대전 18.8℃
  • 맑음대구 18.6℃
  • 맑음울산 16.9℃
  • 맑음광주 17.9℃
  • 맑음부산 17.4℃
  • 맑음고창 ℃
  • 구름조금제주 18.2℃
  • 맑음강화 17.3℃
  • 맑음보은 14.8℃
  • 맑음금산 14.6℃
  • 맑음강진군 16.5℃
  • 맑음경주시 17.9℃
  • 맑음거제 17.1℃
기상청 제공

우농(愚農)의 세설(細說)

서민은 큰 걸 바라지 않는다.

우농의 세설

서민은 큰 걸 바라지 않는다.


자고 나면 가야할 직장이 있고, 밥 배불리 먹고, 등 따 순 것, 서민이 바라는 것은 그것이 전부다. 이 바램을 해주겠다고 나선 사내가 있었으니 1960년 5월 16일 새벽 4시 250명의 장교와 3500명의 군인을 이끌고 한강을 건넌 검은 나이방의 사내가 그다. 역사는 이를 일러 풍운아 박정희라 한다.

에게는 걸출한 여식이 하나 있다. 의학 지식 면에선 안철수만 못하고 체력적으로는 문재인만 못하고 말하는 기술면에서는 이정희만 못하지만 그런 그가 지난달 19일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제 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그것도 아버지의 5.16 혁명숫자와 똑같은 51.6프로의 국민 지지율로 당선된 것이다.

이와 똑 같은 사건이 기원전 513년 계손 맹손 숙손씨의 삼환의 난이다. 삼십 중반을 넘긴 공자는 난을 피해 제나라로 가니 경공이 환대하며 나라 다스리는 도를 묻자 공자는 군군신신부부자자<논어 안연 11>즉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아버지는 아버지답게 자식은 자식답게 하라고 말한다. 이것은 명제이지만 또한 질문이다. 각자 자기 분수에 맞게 행동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 신분주의(身分主義)에서 직분주의(職分主義)로의 전환을 예고하는 정명(正名)사상을 말한 것이다.

연암 박지원은 공자의 이 말을 공작관문고자서(孔雀舘文稿自序)에 이명비한(耳鳴鼻鼾) 즉 ‘귀 울림’과 ‘코골이’의 예를 들어 독특한 주석을 한다. 물놀이하던 한 아이 귀에 물이 들어가 귀에서 자꾸 피리 소리가 들린다며 신기해서 함께 놀던 벗에게 귀를 맞대고 그 소리를 들어보라고 하니 벗이 아무 소리도 안 들린다고 하자, 왜 안 들리냐며 투덜댄다. 자기에게만 이명의 병적인 현상이 일어난 것인데 말이다.

시골 유곽에 여러 과객이 한 방에 투숙했다. 한 사람이 코를 심하게 골아 다른 사람이 잘 수가 없다. 견디다 못해 그를 흔들어 깨워 ‘코 골지 말라’고 했더니, ‘내가 언제 코를 골았느냐’고 발끈 성을 냈다. 남들이 다 듣고 괴로워하는데도 정작 본인은 모르고 있는 것이다. 공자의 정명 사상이란 이름값을 하라는 말이다.

박근혜 정부는 5년 동안 코골며 떠들어서 국민들을 잠 못자게 해서도 안 되고, 정부가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왜 몰라 주냐며 투덜대서도 안 된다. 서민은 큰 걸 바라지 않는다. 등 따습고 밥 배불리 먹으면 그것이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