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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천하를 두번씩이나 양보한 사내...

허유9許由)는 은자(隱者)로서 하남성 기산(箕山)아래에 살면서 반듯한 의자에만 앉았다한다. 음식을 먹을 때는 가지런히 자르지 않은 음식은 눈으로 보는 것조차도 허락지 않았으며, 날 파리나 먼지가 나는 것만 봐도 밥숟가락을 놨다한다.

허유에 대한 소문이 강호에 자자하자 구중궁궐에 사는 요임금이 허유의 소문을 들었다. 그러던 어느 한날 아침에 요(堯)임금이 천하를 허유에게 물려주고자 하였다. 당시 요임금의 덕이란 것이 고작해야 관불솔 정도의 덕에 불과했지만 허유의 덕은 낮의 태양과 같고 밤에 달과 같았다. 이런 허유에게 나는 천하를 다스릴 재목이 못된다하여 천하구주(天下九州)<중국 온 천하>를 맡아달라고 청했다.

허유는 “천하가 이미 공명정대(公明正大)와 (事必歸正)의 세상이 되었는데 나 따위가 왕의 자리를 욕심을 낸다면 이는 단순한 명예를 떠나 탐욕이 됨이다”라고 손사래를 치면서 일언지하에 거절 했다. 그러고는 들어서는 안 되는 것을 들었다며 즉시로 영수(潁水)로 달려가 더러운 소리를 들은 귀를 씻었다.

마침 계곡에서 말에게 물을 먹이던 친구, 소부(巢夫)가 귀만 씻고 있는 허유가 이상하여 이유를 물으니 허유가 전후 사정을 모두 말하자 소부는 물을 먹고 있는 말에게 “이 물은 더러운 물이니 다른 곳에 가서 물을 먹자”하고는 말을 끌고 다른 계곡으로 가서 물을 먹였다. 그로인해 결국 요(堯)임금은 어쩔 수 없이 순(舜)임금에게 순임금은 우(禹)임금에게 왕위를 물려줬다.

지금 강호를 발칵 뒤집어 놓은 범부(凡夫)의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한 사내의 행적을 본다. 다름 아닌 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의 사퇴와 백의종군이 그것이다.

그는 이것 말고도 지난 해 10월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와의 단일화 양보가 있었다. 이번엔 대통령 후보 야권 단일화에서 대통령 후보 사퇴 선언과 동시에 문재인 후보에게 또 양보를 했다.

전후 사정이야 있겠지만 이게 어디 범부로서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란 말인가. 포박자에 이르기를 봉황새는 굶어 죽을망정 뜰 안에서 먹이를 먹지 않는다(鸞鳳不食粒於庭)고 했는데 정녕 그가 그런 인물이었단 말인가? 이제 공은 운명의 사나이 문재인에게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