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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23인 23색의 색깔...시인 오지를 찾다’

시가 있는 시인들의 오지안내서

   

민통선에서 제주도까지 23명의 시인들이 찾아낸 산과 섬 속의 오지 여행기 ‘시인의 오지 기행, 고요로 들다’는 박후기, 이문재,이윤학 등 젊은 시인들이 찾아낸 오지 속 비경들이 솔솔한 즐거움을 준다. 직접 카메라를 들고 찾아낸 각양각색 오지들은 시인들의 개성만큼이나 다양한 빛깔을 품고 있다.

누구보다 촉수 예민한 시인들은 전등불마저 끊어진 캄캄함 속에서도 충실히 영혼을 달랠 안식처와 위안거리를 건져 올려 다시 세상에 흩뿌리고 있다.

문자 그대로의 오지를 찾는 일이 목적이라면 그들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남도의 섬마을 분교까지 서울 사람들이 사들이고, 강원도 산골 화전까지 개발업자 손에 놓여 있는 세상 아닌가. 그래서 책에서 오지란 깊은 산이나 외딴 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닿고자 하는 바람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나온 길이 낭떠러지라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여기까지 걸어왔을까 신기할 뿐이다. 그동안 걸어온 길을 다시 걸어야 하는 운명이 지워진다면, 끔찍할 뿐이다” ‘내가 없는 곳으로 가 살고 싶다’는 이윤학은 치악산 금대계곡 화전민 마을에 닿자마자 세상살이를 떠올리며 몸부림친다.

강원도 살둔을 찾은 박후기는 “대게 오지란 살 곳이 못 된다”며 “집을 짓지 않고 떠나는 첫사랑처럼, 사람들은 그곳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그는 누군가를 잊으려 길을 떠나지만 차마 인연의 끈을 내려놓지 못하고 잠시 벗어 둔 옷가지를 챙기듯 주섬주섬 다시 싸들고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오지를 떠올리는 까닭은 꽉 매인 삶과의 완전한 결별을 꿈꾸기 때문이리라. 두미도 동백밭에서 네 번의 봄을 보낸 이종만에게 부러움이, 네 가구뿐인 인천 세어도에 살고 싶은 마음을 품는 김산에게 공감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제각각 인연이 닿은 곳으로 떠난 길이지만 시인들이 오지에서 만나 맺어온 사람 인연이 부럽게 느껴진다.
23편의 여행에세이는 시 전문 계간지에 5년 6개월간 연재했던 글들이다. 한눈에 시인들의 개성을 따져가며 볼 수 있다는 재미가 있지만 촉박한 기획이나 짧은 여행에서 온 설익은 감성도 군데군데 눈에 띄는 점은 아쉽다.

그럼에도 시인들이 마음에 숨겨뒀던 오지 이야기는 삶을 살피고 일상의 때를 씻어내는 길잡이로는 충분히 제 역할을 한다. 박후기 외 지음/문학세계사/336쪽/1만 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