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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 행(交行) 류 인 서

감동이 있는 시 감상-23

밤 열차의 여로는 아련하게 설레이고 아득하다. 류인서 시인은 밤 열차의 아련함과 설레임과 아득함 속에 있다. 조치원이나 대전역사를 지나친 어디쯤일 것이다. 상하행 열차가 교행 하는 순간의 서느런 날개바람 같은 시간을 만난다. 시간은 고요한 의식의 바닥을 훑고 지나가고 아직 만나지 못한 미지의 새벽은 차창을 스쳐간 풍경들과 겹쳐 보인다. 순간을 가로질러 사라지는 열차의 차창으로 얼핏 보이던 빛의 잔상 속에 어둠은 깊었을 것이다.

생의 선로는 지금 가고 있는 철길 위에 높이 따로 흐르고 있어 실존의 무한 삶을 가늠할 수 없었을 것이고 순간을 서로 엮으며 지나치는 불빛들은 한 시인을 시간과 존재 위에 놓았을 것이다.

 

 조치원이나 대전역사 지나친 어디쯤
 상하행 밤 열차가 교행하는 순간
 네 눈동자에 침전돼 있던 고요의 밑면을 훑고 가는
 서느런 날개바람 같은 것
 아직 태어나지 않은 어느 세계의 새벽과
 네가 놓쳐버린 풍경들이 마른 그림자로 찍혀 있는
 두 줄의 필름
 흐린 잔상들을 재빨리 빛의 얼굴로 바꿔 읽는
 네 눈 속 깊은 어둠

 실선의 선로 사이를 높이 흐르는
 가상의 선로가 따로 있어
 보이지 않는 무한의 표면을
 끝내 인화되지 못한 빛이 젖은 날개로 스쳐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