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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이 있는 시 감상-23

이상국 시인은 리얼리즘의 시인이다. 그의 시는 백석의 눈빛을 닮았다. 세상 보는 눈빛이 따뜻하고 웅숭깊다. 리얼리즘 시라고는 하지만 경직과는 거리가 멀고 정치와는 더욱 멀다. 그는 삶의 모상들을 참된 마음으로 들여다보고자 한다. 그가 들여 보는 세상은 슬픔으로 빛나는 세상이다. 그가 별을 노래한다면 별은 그리움이나 동경이 아니고 지구라는 슬픈 별인 것이다.

<아버지가 보고 싶다>는 부정에 대한 그리움의 시는 아니다. 그리움 너머 자신에 대한 참회와 가족이라는 이름의 슬픔을 노래한 시이며 그런 뜻에서 안타까움의 시이다. 안타까움은 시의 본질이다. 삶에 대한 안타까움, 자식에 대한 안타까움, 세상에 대한 안타까움이 그의 마음을 통과하면서 슬픔으로 일렁이는 것을 본다. 오늘 고단한 노역을 마감하면서 귀가하는 가장들에게 가족은 한 안타까움일 것이며 아버지인 자신 또한 안타까움일 것이다.  (김윤배/시인)


아버지가 보고 싶다 

                                                         이상국

자다 깨면
어떤 날은 방구석에서
소 같은 어둠이 내려다보기도 하는데
나는 잠든 아이들 얼굴에 볼을 비벼보다가
공연히 슬퍼지기도 한다
그런 날은 아버지가 보고 싶다

들에서 돌아오는 당신의
모자나 옷을 받아들면
거기서 나는 땀내음 같은 것
그게 아버지 생의 냄새였다면
지금 내게서 무슨 냄새가 나는지

나는 농토가 없다
고작 생각을 내다 팔거나
소작의 품을 파고 돌아오는 저녁으로
아파트 계단을 오르며
나는 아버지의 농사를 생각한다
그는 곡식이든 짐승이든
늘 뭔가 심고 거두며 살았는데
나는 나무 한 그루 없이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지
아버지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