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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옛 추억으로 인도한 청소년음악회

강성구 수지시민연대 공동대표

봄은 무언가를 기대하게끔 하는 아름다운 계절인가 보다.

도로마저 활기차 보이는 봄의 풍경. 용케도 시간에 맞게 온 ‘초보운전자’ 아내와 면허시험장 인근에서 만나 차 한대로 용인문예회관에서 열리는 청소년 음악회로 달려간다. 공연을 보러 달려가는 길에 상큼한 봄바람이 귓전을 간지르고 봄이 왔음을 속삭인다.

용인문예회관은 전시회 등의 행사를 이유로 두어 번 찾은 적은 있지만 지금처럼 공연을 보러가기는 처음인 셈이라 그런지 한편으로 설레는 맘이 더한다.

용인의 문화공연시설로는 오래된 시설(건물은 새 건물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지만)에 속하는 문예회관. 이런 건물에서 열린다고 생각하니 왠지 촌스러울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니 슬그머니 미소가 머금어 진다.

공연시간에 빠듯이 맞추어 도착했지만 저녁을 챙기지 못한 아내를 위해 간단한 요기 거리를 준비하고 보니 약 5분여 더 늦어버려 미안한 마음으로 문예회관으로 들어갔다.

공연시작 시간이 5분여 늦었음에도 현관에는 학생들과 안내하는 관계자 그리고 우리처럼 객석에 들어가려는 관객들로 조금은 어수선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공연이 시작되지는 않았구나”하는 안도감으로 공연장에 들어설 수 있었다.

와글와글거리고 땀 내음이 진동하는 풋풋한 공간과 탁 마주쳤다. 순간 음악회 공연이라기보다는 한 40여 년 전 내가 학창시절 다녔던 단체영화 관람 분위기가 떠올랐다. 매실만 생각해도 침이 도는 것 처럼 자연스럽게 교복입은 그 때의 야릇한 추억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특별히 사회자가 있지 않음에도 자연스레 공연이 시작되었고 청소년 학생들로 구성된 합창단은 유니폼을 입고 열심히 그리고 진지하게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불렀다.

그래도 객석은 공연 시작 전보다는 조금은 조용했지만 여전히 산만했다.

객석에 있는 학생들은 공연의 감상보다는 자신이 아는 친구가 어느 위치에서 노래하는지가 더 궁금한 모양이다. 합창단 유니폼을 입은 색다른 친구의 모습에 손가락으로 재야! 재야! 하면서 확인하는 경쟁을 벌이고 또 그런 것들이 즐거운지 큰 웃음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실제 합창단 속의 어떤 친구는 자신의 체구보다 큰 옷을 입고 금방 밖에서 뛰어 놀다 대충 땀 닦고 무대에 오른 듯 개구쟁이 표정으로 지휘자선생님을 뚫어지게 보며 열심히 노래 부르는 모습이 웃음을 절로 나게 만들기도 했다.

어느새 나 자신도 개구장이었던 시절의 학생이 되고 말았나 보다. 정말 오래간만에 찾은 편안함이다. 그러다 눈을 감아보니 주위 분위기와는 다르게 음악은 너무 진지하게 들렸다.

명화 시네마 천국의 주인공 토토가 “세계적 영화감독이 되어 고향에 돌아와 비로소 자신의 꿈이 그와 더불어 실현된 것을 깨닫게 된다.”는 것을 느낀다. 그 속에 내가 있다는 즐거운 착각에 빠져 들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그런지 내 나름대로 정말 행복한 음악회가 아니었나 싶다.

이런 여유와 생동하는 그 무언가가 숨겨져 있는 용인의 매력은 도농 복합도시의 특성에 기인할 수 있지만 더 나아가 우리 스스로 진정한 관심을 찾으려는데 충분한 기회가 있음을 새삼 느꼈다.

그래서 용인을 진정 더 사랑하게 한 이번 청소년음악회가 정말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