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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을 때려잡지 못하는 이유

면류관을 쓴 임금이 어전회의를 연다. 곤룡포를 훔쳐보는 붉은 옷, 푸른 옷 대신들이 아뢴다.

“아니, 어떻게 했는데 아직도 집값이 잡혀지지 않는단 말이오?” “폐하, 황송하옵나이다.” “이제 그만 황송합니다 라는 소리는 집어치우고, 왜 그런지 이유나 말해보시오!” “황송합니다만, 이유는 없습니다.” “이유가 없다니? 세상에 이유 없는 일도 있단 말이오?” “너무나 많죠! 특히 우리나라에서 집과 땅값 잡는 데는 이유가 없습니다.” “무슨 연유인지 한번 고해보시오.” “우선 우리나란 땅이 좁고 호구가 많아서 그럽니다.” “좁은 땅덩어리라고 무조건 집값이 비싸야 할 이유가 있소?” “비쌀 이유는 없죠. 허나 한양은 워낙 좁은 데, 전 국민의 3/1이 모여 사니 할 수 없죠.”

“아무리 백성들이 돼지우리처럼 모여 살아도 잘 할 수 있는 방도가 없소?” “방도야 많죠?” “그게 뭐 같소?” “제일 먼저 백성들의 마음을 순화시키시면 됩니다. 모두 자기 집 없이도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부처님 같은 마음을 갖게 하면 됩니다.” “그건 요순시대에도 힘들었을텐데, 현대에는 불가능하지 않소?” “물질이 좀 부족해도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물질을 더 키幣求?수밖에 없습니다.” “어찌하면 되오?” “원하는 데로 모두에게 집을 한 채씩 안겨주면 됩니다.” “한양에 그 많은 집을 다 지으면, 어떻게 살 수 있겠소?” “아마 걸어 다닐 길도 없을 겁니다.” “거지가 동냥하러 다닐 골목길은 있어야 하지 않겠소?” “그것도 힘들 겁니다.” “그럼 그건 안 되겠군. 다른 방도가 없겠소?”

“백성들을 여기서 쫓아내면 되겠죠!” “어떻게 저들을 전국적으로 분산시킨단 말이요? 요즘은 민주화시대라서 죽으라고 데모만 할텐데.” “돈을 팍팍 안겨주면 혹시 데모 안 하고 자기들 고향으로 가지 않을까요? 추석 귀향길을 보면 모두들 가고 싶어서 안달하던데.” “참, 조판서도 답답하오. 지방에 땅값 보상해주면 한양에 다시 투기할텐데. 정신 빠진 몸들을 시골로 유배시켜도, 그 유령은 이곳에 계속 남아서 온갖 짓을 다 할 거요.” “그건 그렀습니다. 돈만 있으면 귀신도 움직이는 세상이니, 돈만 주면 안돼요.” “그럼 어찌 해야 하오?”

“부동산 투기하는 놈들을 잡아서 한양 저작거리에서 효수형을 취하면 어떨까요?” “한양에 사는 모든 복부인을 잡아 죽이면, 한양거리에 여자가 없을 거요. 당신네들도 홀아비가 될 거 아니요?” “허허, 그렇게 복부인이 많은가요? 그것도 안 되겠네요. 그럼 집 사고 팔 때마다 세를 팍팍 물리면 어떻겠소?” “뺐기는 돈만큼 더 붙여서 받을텐데. 소용없을 거요.” “그럼 극약처방으로 투기해서 돈 벌려고 하는 조정대신부터 본보기하면 어떨까요? 내시 같은 놈들부터 먼저 처벌하면, 모두 겁먹고 하지 않을 겁니다.” “몇 놈 죽인다고 정화된다면, 내가 진작에 몇 놈 날렸을 거요. 헌데 그 숫자가 너무 어마어마해서 다 도륙낼 수가 없었소.” “그렇게 많은 사람이 연루됐나요?” “요즘 세상에 투기 안하는 놈이 팔불출이오.” “허허. 조선 땅에는 허생원만 사는 모양이구려.” “북진정책을 주장하는 허생원은 웅대한 꿈이라도 있었지. 요즘 졸부들은 국가나 전통, 삶의 가치에 대해 도대체 생각이 없으니. 그냥 혼자 잘 먹고 살 욕심만 부리는 것 같아.”

“그럼, 이렇게 해보시죠” “부자나 부동산 거래자들에게 세무조사를 철저히 해보라는 거요?”! “일단 법적으로 쎄게 나가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법대로 하면 손해라고 하던데” “그래도 법대로 족쳐야 군말이 없습니다“ “법이라. 그게 될까?” “법도 안 되고, 인간성도 없고, 정신도 썩었고, 그래서 우리나라에선 이유가 없는 겁니다” “이유를 만들기 위해 법을 만들면 사회주의적 독재가 될까?” “그래도 방법이 없잖소?” “까짓것, 한 번 만들어보지 뭐. 안 되면 말고” “그러죠 뭐. 세상에 안 되는 게 어디 있겠어요. 그러다 안 되면 다 망하든가 말든가 하겠죠”

어전회의가 갑자기 침묵한다. 해답 없는 대안이 더 골치 아프다. 모두들 서로 눈 마주치기를 망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