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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살아서 용인, 죽어서는 화장

용인으로 이주해 온지 세 해 째가 된다. 아무런 연고도 없지만 이곳에서라면 순수한 내 영혼을 되찾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가족들을 설득하여 자그마한 집을 짓고 이사를 온 것이다. 개가 뼈다귀를 물어가듯 어느 누군가가 내 영혼을 훔쳐가도 아무런 항의나 변명조차 못할 것만 같은 서울에서 이미 나는 내 영혼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에 목을 옥죄는 답답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 만큼 나는 용인을 사랑하고, 용인에 대한 기대가 큰 신참 용인사람이다.
그런데 내가 사랑하는 용인이 개발의 압력에 밀려 마구 파헤쳐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어느 길모퉁이를 돌아서면 난데없이 이삼십 층의 고층아파트가 하늘을 가리고 있으며, 이곳 저곳이 골프장으로 파헤쳐 있다. 그리고 또한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 중의 하나는 보이는 산등성이마다에 빼곡한 묘지이다. 계곡과 숲과 산을 보고자 조금 크게 해 놓은 우리 집 창밖으로도 커텐을 열면 코 앞에 묘지가 먼저 보인다.
“생거진천 사거용인”이라는 말이 최근 어느 분의 조상 묘를 용인으로 이장하면서 더욱 무게가 실린 느낌이지만 이는 잘못된 말이다. 용은 비와 구름을 몰로 다니는 영물로 오랫동안 농업국가였던 우리 나라에서는 매우 신성시한 것이었기에 죽어서나 같이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가진 용인은 우리가 살며 사랑해야 하는 우리의 귀한 땅이다.
요즘 우리 나라의 장묘문화에는 커다란 변화가 일고 있다. 국회에 계류중인 법률개정안과 확정된 용인시의 조례개정안에 따르면 묘지의 면적을 줄이고 묘지의 사용기간도 제한하는 반면, 화장과 납골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그 근본취지는 좁은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동시에 자연환경을 보존키 위하여 매장중심의 장묘문화를 화장중심으로 바꾸자는 데에 있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 봐도 우리처럼 묘지가 많고 봉분이 큰 곳은 없다. 우리와 함께 동양의 유교3국이라고 하는 일본이나 중국의 경우는 화장률이 1백%에 가깝다. 유독 우리 나라만이 화장률이 23%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화장의 확대보급을 위해서는 중앙 및 지방 행정당국의 강력한 정책의지와 함께 지도층인사의 솔선수범과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 중국의 주은래는 화장을 유언하여 그 유골은 비행기로 그의 고향을 비롯한 전국에 뿌려졌다. 우리 나라에서도 최근에 최종현 전경련회장이 화장을 하였는가 하면 고건 서울시장은 사후에 화장을 약속하는 등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우리들도 다 같이 생각해 볼 문제이다.
북유럽에 가면 “사자나무”가 많이 있다. 사람이 죽으면 화장을 하고 유골을 나무에 거름으로 뿌린 후 그 나무를 후손들이 돌보는 것이다. 좁은 땅, 산이 많은 나라, 아름다운 용인에 사는 우리들이 정말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만한 장묘문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