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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

‘밤토실 백일장’ 남녀노소 행복한 하루를 새기다

어린이 참가자·동행한 가족들 100여명 한자리 ‘북적북적’
‘이야기와글와글’ 동아리 전래동화 ‘호랑이 뱃속잔치’ 인형극

 

 

 

 

 

 

 

 

[용인신문] 아이, 어른 주민들이 평화롭고 진지하게 마을 백일장을 여는 곳. 수지구 고기동 고기교회 내에 위치한 어린이도서관 밤토실은 주민들과 함께 지난 7일 올해로 9번째 ‘밤토실 백일장’을 성황리에 개최했다.

 

코로나19로 잠시 쉬었지만 지난해부터 다시 시작된 이번 마을 백일장에는 고기동, 동천동 주민 45명이 참여해 글쓰기 솜씨를 발휘했다. 어린이 참가자와 동행한 가족들로 인해 100여명이 넘는 인파가 복작복작했다. 특히 고기동에는 이우를 비롯해, 소명, 꿈학교 등 대안학교들이 있어 어린이 청소년 참가자들이 와글와글했다.

 

‘밤토실 백일장’은 거창하고 요란한 행사가 아니다. 마을 주민들이 일상에서 느낀 점들을 글로 쓰고 공유하는, 느낌이 참 좋은 향기로운 마을 백일장이다. 이번 백일장 글제는 열쇠, 밥, 소리, 우산이었고, 참가자들은 각자 글감에 얽힌 자신들의 사연을 시, 동시, 산문으로 표현했다.

 

도서관에 앉아 솜사탕을 먹으면서 천진스럽게 동시를 짓는 어린이들이 있는가 하면, 2000여 평 너른 교회 내 텃밭이며, 습지 등 원하는 장소 곳곳으로 흩어져 문학적 사색에 잠겼다.

 

마당에서는 어린이들이 해맑게 뛰어놀고, 이들을 위해 연신 달콤한 솜사탕 기계가 돌아가고, 번외로 그림그리기 장이 펼쳐져 즉석에서 동네 전시회가 펼쳐지는 아름다운 마을 축제의 장.

 

밤토실 도서관 ‘이야기와글와글’ 동아리도 전래동화 ‘호랑이 뱃속잔치’를 익살과 재치를 곁들인 인형극으로 들고나와 배꼽빠지도록 재밌게 선보였다. 아이 어른들이 한데 어우러져 깔깔거리면서 맛깔스런 옛날 이야기 속으로 쏙 빠져들었다.

 

안홍택 고기교회 담임목사이자 밤토실 도서관 관장은 “이런 느낌은 어디서도 못 볼 거에요. 참으로 느슨하고, 평화롭고, 진지하고 차분하면서도, 한쪽에서는 애들이 막 부산하기도 하고, 막 놀고, 열심히 뭔가를 해보기도 하고, 그러면서 그냥 자연스럽게 글들을 써요”라며 흐뭇해 했다.

 

당초 백일장은 밤토실 도서관의 15년 이상 된 책 읽는 동아리 ‘글쎄다’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글쎄다’는 박경장 문학평론가, 이상권 소설가·동화작가, 장세정 동시·동화작가 등 우리나라 문학계에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포진돼 있다.

 

이들이 어느날 “요즘 인문 사회적 가치가 떨어져가고 백일장도 사라져간다. 우리가 한번 살려보자, 글 쓰는 것을 통해 인문 사회 가치를 공유하고 주민들의 일상의 가치를 나눈다면 멋진 축제가 되지 않겠냐”고 했다.

 

이날도 심사위원에 박경장, 이상권, 장세정씨가 나서서 하루 종일 마을사람들과 함께 하며 즐겁게 봉사했다. 장원을 비롯해 어린이, 청소년, 성인 등 수상자 이름이 호명되자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위 사람은 우리의 낡은 언어를 부수고, 나태한 의식을 깨우며, 깊고 넓은 인식으로 새로운 존재의 집을 지어 우리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위 어린이는 자신과 둘레를 살펴 생각과 느낌을 키워 솔직하고 자유롭게 표현해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조촐하지만 밤톨처럼 알찬 마을 백일장 축제가 푸르른 신록 속에 잔잔한 여운을 남기며 마무리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