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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화상보ㅣ박재삼

화상보

            박재삼

 

참말이다. 춘향이 일편단심을 생각해 보아라. 원이라면 꿈속엔 훌륭한 꽃동산이 온전히 제 것이 되었을 그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가꾸는 슬기 다음에는 마치 저 하늘의 달에나 비칠 것인가, 한결 같이 그 둘레를 거닐어 제자리 돌아오는 일이나 맘대로 하였을 그 것이다. 아니라면 그 많은 새벽 바다를 사람치고 그렇게 같은 때를 잠 깨일 수는 도무지 없는 일이란 말이다.

 

박재삼(1933~1997)은 일본 도쿄에서 막노동을 하던 아버지 박찬홍과 어머니 김어진 사이에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세 살 때 어머니의 고향인 경남 삼천포로 귀국해서 성장했다. 1946년 박재삼은 삼천포여자중학교의 사환으로 들어간다. 그는 이때 삼천포여중의 교사로 있던 시조 시인 김상옥과 만나게 된다. 이 만남이 박재삼을 시의 세계로 이끄는 계기가 된다.

1953년 시조 「강(江)물에서」가 모윤숙의 추천으로 『문예』 11월호에 발표된다. 박재삼은 곧 김상옥의 천거로 잡지 창간을 준비하고 있던 ‘현대문학사’에 취직한다.

「화상보」는 몽환적인 분위기의 작품이다. 그리고 서정성이 짙은 시편이기도 하다. ‘참말이다’로 시작되는 산문시의 첫 행이 인상적이다. 꿈속의 꽃동산과 밤하늘의 달빛은 현실의 힘든 생활에 대한 보상심리의 발로 것이다. 새벽 바다를 잠깨야 하는 생활이라면 그 핍진함이 짐작 되는 것이다. 신구문화사『한국전후문제시집』1964, 중에서.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