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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날개뼈ㅣ조온윤

날개뼈

            조온윤

 

네가 길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네 몸보다 작은 것들을 돌볼 때

가만히 솟아오르는 비밀이 있지

 

태어나 한번도 미끄러진 적 없는

생경한 언덕 위처럼

 

녹은 밀랍을 뚝뚝 흘리며

부러진 발로 걸어가는 그곳

 

인간의 등 뒤에 숨겨두고

데려가지 않은 새들의 무덤처럼

 

조온윤은 1993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2019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되며 작품 활동 시작했다. 문학동인 《공통점》으로 활동 중이다.

「날개뼈」는 쉽게 읽히는 시는 아니다. 그만큼 중의적이라는 의미다. 화자는 지금 길에 버려진 죽은 새의 날개뼈를 보고 있다. 날개뼈는 새의 몸이어서 새보다 작은 것들을 돌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새에게는 비밀이 있는 것이다. 비밀은 한번도 미끄러진 적 없는 생경한 언덕처럼 위태로운 곳이기도 하고 밀랍을 흘리며 부러진 발고 걸어가는 곳이기도 하다. 그 비밀스런 장소는 인간의 등 뒤에 숨겨두고 데려가지 않은 새들의 무덤이 있는 곳이기도 한 것이다. 창비 간 『햇빛 쬐기』 중에서.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