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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역사는 풍수가 아닌 민심을 따랐을 때였다.

오룡(평생학습교육연구소 대표/오룡 인문학 연구소 원장)

 

[용인신문] 9세기 초의 신라는 섬뜩한 나라였다. 12세기의 김부식은 흉흉했던 당시의 민심을 있는 그대로 <삼국사기>에 옮겨 적었다. 왕은 궁궐 안에다 연회장을 크게 지었다. 태자궁도 새로 증축했다. 별들은 비 오듯이 땅으로 떨어졌다. 엎드린 돌이 일어났고, 바닷물도 피로 변했다. 망해사 앞마당의 탑 두 개는 서로 싸웠고 지진이 계속 일어났다. 삼복 중에 눈이 내렸고… 개구리가 뱀을 잡아먹었다. 열세 살에 임금이 된 애장왕은 십 년 뒤에 숙부의 칼에 맞아 죽었다.

 

 <삼국사기>의 ‘백제 본기’ 의자왕 20년 6월에 나오는 이야기다. 어떤 귀신이 궁중에 들어와서 “백제가 망한다고 크게 외치더니 땅속으로 사라졌다.” 귀신이 사라진 곳을 파 보니 등가죽에 글이 쓰인 거북이가 있었다. 글의 내용은 “백제는 보름달 같고 신라는 초승달과 같다”라는 내용이었다.

 

의자왕이 무당을 불렀다. “보름달과 같다는 것은 가득 찼다는 것이고 가득 찬 것은 기울게 마련입니다. 초승달은 가득 차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점점 차기 마련입니다.”라고 풀이를 했다. 백제는 망하고 신라는 번성한다는 풀이에 화가 난 왕이 무당을 죽였다.의자왕은 또 다른 무당을 불러 물었다. 그는 왕의 안색을 살피다가 이렇게 말했다. “보름달은 왕성한 상징이고 초승달은 미약하다는 뜻입니다.” 그때 서야 왕은 기뻐하며 다시 잔치를 벌였다. 그 후로 고작 한 달 뒤에 백제는 멸망했고, 의자왕은 당나라로 끌려가 그곳에서 죽었다.

 

과학은 그것을 신봉하는 집단 안에서만 과학이다. <과학혁명의 구조>를 쓴 토마스 쿤은 객관성의 신화를 비판한다. 새로운 세력에 의해 과학은 흩어지는 데이터의 오류가 된다. 물론 과학도 조건 없는 믿음, 도그마(독단)가 될 수 있다. 아니 그렇게 된다. 도그마와 과학은 상당 부분 이데올로기로 발전한다. 거대한 사실적 담론의 지위를 얻으면 분명한 객관성의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청와대는 운수가 사납고 용산은 풍수지리상 복이 있다.”라는 로이터 통신의 보도는 가치 중립적이고, 객관적이고, 절대적일까.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겠다는 윤석열 당선자의 주장은 인수위원회에서만 소통된 의견의 결과인가. 국민이 청와대를 돌려달라고 요구했는가. 아니면 용산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설마, 한낱, ‘풍수 소동’의 도그마인가.

 

그러고 보면 내가 사는 용인시의 시장 집무실도 풍수와 자주 소통하는 모양이다. 1974억 원의 호화청사 소리를 들으며 2005년 완공된 용인시청의 시장실은 건립 당시에는 4층에 있었다. 처음 설계에서부터 시민 접근성이나 기반 시설, 회의실, 의회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4층으로 정했을 것이다. 시의회와 연결된 통로도 4층에 있다. 그런데 시장이 바뀔 때마다 전망 좋은(?) 14층으로, 다시 7층과 지하 1층으로 왔다 갔다 했다. 현재 백군기 시장은 다시 4층으로 돌아왔다.

 

시장이나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은 4~5년짜리 비정규직이며 계약직이다. 영원히 그 자리에 머무르는 사람들이 아니다. 제왕적 권력을 누리려는 행동들을 보면, 2030세대가 말하는 꼰대의 전형이다.

 

제법 긴 사족. 정의의 반대말은 불의다. 불합리와 상통한다. 정의를 말하려면 ‘정과 의리’가 개입할 수 없어야 한다. ‘우리가 남이냐?’라고 할 때는 ‘어떤 행위’는 합리화로 포장된다. ‘정과 의리’는 구태의연한 ‘꼰대 정신’과도 연결된다.

 

자기 경험이나 가치를 강요하는 태도는 4차 혁명의 시대가 도래한 2022년에도 위력적이다. 꼰대들에게 정의와 공정은 박제된 입으로 표현하는 언어다. 따라서 대의를 말하고 소통과 공정을 얘기한들, 주장은 여전히 공허하다. 분명한 것은 힘은 몸집이나 권력에만 있는 건 아니다. 역사는 지나가는 한 점 바람에 불과할 뿐, 영원히 머무르지 않는다.

 

짧은 사족. 성공한 역사는 풍수가 아닌 민심을 따랐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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