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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는 연기나 잘해라"

김민철(칼럼니스트)

[용인신문]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의 선대위 장악(개편) 시도와 소위 연기주문 발언에 윤석열 후보가 격노하면서 선대위를 해체했다. 윤 후보의 선택에는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측근(핵심관계자)의 반발과 야권의 이른바 김종인 비토 그룹의 조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이틀간 서초동 자택에 칩거하면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의 선대위 전면 개편에 반발했다. 후보가 결별을 발표하기 직전 김종인 위원장은 자신의 직책을 사퇴했다. 권성동 사무총장도 물러났다.

 

 

이로써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윤석열 선대위는 전격 해체되고 권영세 선대본부장, 원희룡 정책본부장 체제로 개편되었다. 윤-김 두 사람이 결별하게 된 원인은 윤 후보의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예견된 수순이었다. 김건희 씨가 뒤늦게 국민에게 사과했으나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기에는 진정성도 부족했고 절실해 보이지도 않았다.

 

김건희 씨의 사과 후에도 윤 후보의 실언은 개선되지 않고 계속되었다. 가진 것 없고 못 배운 사람은 자유의 소중함도 느낄 수 없다는 발언은 상식적인 판단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망언(妄言)이었다. 전후 맥락을 감안하여 이해한다 해도 문제의 발언은 대통령 후보 윤석열의 철학과 가치관을 의심하기에 충분했다. 윤 후보는 그동안 민주주의를 설명하면서 지나치게 자유를 강조해왔다. 윤석열의 민주주의에 대한 설파는 유럽의 사회민주주의도 자유민주주의라고 말하기에 이르렀다.

 

# 과도한 ‘자유’발언도 문제

윤 후보의 집착에 가까운 자유 발언은 민주주의에 대한 숙고와 고찰이 부족한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연립정부 구성으로 다양한 정치적 차이점을 극복해온 독일에서 현재 자유민주주의를 강령으로 채택하고 있는 정당은 자유민주당뿐이다. 사회민주당은 사회민주주의를, 기독교민주당과 기독교사회연합은 기독교 공동체사회를 핵심 강령으로 한다. 녹색당은 환경보호를 최우선으로 하여 원전의 완벽한 폐지와 고강도 탄소 중립정책을 통한 지구온난화 방지, 나아가 소비 줄이기 운동을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극우파를 제외한 독일의 제정치세력은 자유와 평등 사회공동체 환경보전 미래생명 보호 등 철학적으로 수준 높은 정책을 내걸고 건설적인 집권 경쟁을 하고 있다. 대통령 후보가 자유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자유경쟁 지상주의로 오해받기 쉽다.

 

윤 후보의 부족한 민주주의 철학은 지금부터라도 정교하게 확립하면 된다. 윤 후보가 문제의 발언들을 하기 이전에 민주주의는 과연 무엇이며 기본적 가치가 어떤 것인지 깊게 생각했더라면 설화로 인한 지지율 하락은 없었을 것이다. 윤 후보는 단칼에 김종인 위원장을 정리했다. 후보는 연기를 잘하면 된다는 발언이 돌이킬 수 없는 결별을 초래했으리라 보지는 않는다.

 

연기를 가장 잘한 정치인으로 로널드 레이건 제 40대 미국 대통령을 꼽는다.

 

레이건은 마거릿 대처와 함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주도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신자유주의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그러면서도 금융자본과 군산복합체의 요구를 과감하게 이행했다. 레이건 정부의 핵심인물들은 대부분 월스트리트와 군수산업, 석유산업에 종사해온 인물들이다. 레이건은 대통령 연기를 즐기면서 한 사람이다. 자신의 최종정책 결정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 것인지 고민한 흔적은 없다. 그는 오히려 대통령에 부여된 의전을 최대한 누리는 것에 매우 만족했다.

 

# ‘후보’는 결과에 책임지는 직책

한국에서도 시장권력이 정치권력을 압도한 지 오래다. 임기 5년 단임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반면 자본은 몇 대를 대물림하며 오너 가문이 절대적으로 지배한다. 자본 뿐만 아니라 관료도 정치권력에 조직적으로 저항한다. 각계각층의 구성원 역시 이해관계에 따라 대립하고 갈등한다. 이러한 갈등을 조정하고 최소화시키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다.

 

선거대책기구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후보임에 틀림없지만 후보가 전권을 가질 수는 없다. 후보는 결과에 책임지는 직책이다. 후보가 선거과정을 틀어쥐면 그것은 패배의 지름길이다. 윤 후보는 검사의 옷을 아직 그대로 입고 있는 것 같다. 검찰이라는 이름의 외투만 벗고 추위에 떠는 형국이다. 날이 추우면 내복과 두툼한 패딩을 입는 것이 효과적이다. 윤 후보는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은 일단 봉합했다. 갈등의 불씨가 아직 남아 있는지 항상 살펴보면서 초심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그가 진심으로 변하고 최선을 다하면 다시 한번 기회가 올지도 모른다. 진정성 있는 변화는 김 위원장을 비롯한 자신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던 사람들에게 진심을 담아 사과하는 마음을 전하는 것이 수반되어야 한다.

 

# 연기도 실력과 진심이 있어야

연초에 발표된 언론사 대선후보 여론조사가 요동치고 있다. 일부 조사 발표에서는 윤석열 후보의 지지도가 20%대 중후반으로 내려앉고 이재명 후보는 30% 후반에서 40% 대를 육박하고 있다. 가장 큰 상승세를 보인 사람은 안철수 후보이다. 안 후보는 10%~15%를 넘긴 조사까지 있어 이러한 추세를 이어간다면 설 연휴 이후 윤 후보와 안 후보는 단일화 압박을 심하게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재명 후보는 보수야권의 단일화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40% 중반대로 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2012년 문재인-안철수 단일화와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안철수, 오세훈-안철수 단일화 등 여러 차례의 합종연횡(合從連橫)을 우리는 목도 해왔다.단일화 변수가 얼마만큼의 파급력을 가질지는 모르나 지리한 줄다리기가 된다면 실망하는 유권자가 등 돌릴 수 있다. 더 많은 국민으로부터 차악(선)으로 선택되는 후보가 이길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30대의 마음을 더 많이 얻는 후보가 최종적으로 승리할 것이다. 각 후보의 건승을 기원한다. 사족을 붙이자면 매소드급 연기를 할 수 있는 후보가 있다면 국민의 마음을 녹여낼지도 모르겠다. 연기도 실력과 진심이 있어야 한다. 배우가 혼신의 노력을 불어 넣지 않은 연기에 감동하는 관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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