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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신년사>2022년, 용인은 어떤 모습일까?

신년사

 

[용인신문] 얼마 전 용인 오일장이 서는 김량장(金良場)에 갔다가 곡식을 파는 친구를 만났다. 한가할 땐 노점상의 지루함을 신문이나 책을 보며 달래고 있는, 나름 김량장의 터줏대감인 친구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 이후엔 얼굴에 수심이 가득해 보였다. 하지만 친구는 넉넉한 됫박 인심으로 장터의 온기를 팔고 있었다.

 

나는 상설인 용인중앙시장과 오일장에 푹 빠져 11년 전 장터 풍경을 담은 ‘용인 오일장 사람들’이라는 사진전을 했었다. 그때도 나의 친구는 가장 편한 장돌뱅이 모델이었다. 요즘엔 차마 사진찍기가 민망할 정도로 장터의 풍경은 여유가 없어 보인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김량장을 처음 본 것은 반세기 전인 50년 전 일이다. 할머니 손에 이끌려 다녔던 가물가물한 기억 속 풍경뿐이지만…. 내가 살던 운학동 산골에서 십 오리쯤 떨어진 김량장에 가는 날이면 온 동네가 잔치 분위기였다. 당시 주요 교통수단은 도보였지만, 소달구지부터 경운기에 이르기까지 시대변화에 따른 교통수단의 추억도 다양하게 남아있다.

 

요즘도 김량장이 무슨 뜻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발음도 어려운 희한한 지명인 김량장은 동네 지명이자 용인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오일장 이름이다. 고려 시대 김량이라는 사람이 처음 장을 열었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조선 영조 때엔 읍지(邑誌)에 김량장이라는 이름이 나온다니 용인의 오랜 상권이자 경제공동체 현장인 셈이다.

 

# 용인, 집값 상승과 탈 지방화 현상 수혜

과거엔 오일장이 물물교환을 위한 경제활동과 여론 형성을 위한 멀티 커뮤니티 공간이었다. 수많은 사람이 이 공간을 스쳐 갔고, 앞으로도 스쳐 갈 것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성남 모란장과 함께 전국에서도 가장 큰 장이었으니 용인이 꽤 융성한 도시였음을 짐작케 한다.

 

용인시는 그 옛날부터 2022년 현재까지 사통팔달의 교통요충지다. 현재는 급격한 인구급증과 함께 수도권에서 물류시설이 가장 많이 들어선 것은 물론 반도체 클러스터 등 첨단시설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도시로의 발전 가능성까지 무궁무진하다.

 

오는 13일이면 인구 100만 이상에만 해당하는 준 광역시급 ‘특례시’로 격상된다. 도시의 규모와 위상이 커진 만큼 미래비전을 위해 준비해야 할 일들이 많음을 의미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시의 정체성부터 확립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직도 수많은 사람이 아파트와 같은 주거공간을 찾아 용인시로 대거 이주하고 있다. 지방 도시는 인구감소로 지자체 존립이 걱정될 정도라는데 용인시는 복 받은 도시임이 틀림없다. 서울의 집값 상승과 탈 지방화 현상 등의 수혜를 입고 있는 셈이다. 결국, 용인시는 도시기반시설 확충은 물론 행정수요의 급격한 증가라는 난제를 떠안게 된 것이다.

 

# 행정력 과부하로 지자체 부담 커져

광의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정부가 주도적으로 도시균형발전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용인시 같은 위성도시들이 수도권 과밀화 현상의 피해 도시임에도 자각하지 못하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실제 행정력 과부하 현상으로 지자체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행정가들과 정치가들은 선거용 표심만을 계산할 뿐, 갈팡질팡하고 있다. 지난해 기흥구 ‘분구(分區)’를 앞두고 정치적 셈법 때문에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올해는 3월 9일 대통령선거에 이어 6월 1일 지방선거까지 치러야 한다. 선거를 민주주의 꽃이라 하지만, 그 책임은 온전히 유권자인 국민의 몫이다. 앞으로 용인시는 역동적인 도시로 변화할 기회가 많을 것이다. 따라서 김량장이 용인 역사의 상징인 것처럼,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한 도시의 정체성을 진지하게 고민해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반 신흥 도시와 별반 다를 게 없다.

 

도시의 외형적인 발전도 좋지만, 역사와 문화라는 내면의 알맹이가 없다면 빈 껍데기에 불과할 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2022년 새해를 맞아 용인시의 행정가와 정치인들부터 오일장이 서는 김량장을 거닐며, 용인 특례시의 미래를 생각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