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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파크를 둘러싼 논쟁

김민철(칼럼니스트)

 

[용인신문] 센트럴파크는 미국 뉴욕시 맨해튼 중심부에 있는 공원을 가리키는 고유명사이자 세계 수백 개 도시에 산재해 있는 흔해 빠진 공원의 이름이기도 하다. 성남시를 대표하는 공원도 중앙공원이고 인천에도 센트럴파크가 있다. 유럽의 큰 도시들에 중앙역이 있듯이 수많은 도시에 센트럴파크가 있다. 중앙(센트럴)을 좋아하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비슷한 것 같다.

 

종합운동장 부지에 건설하고자 하는 공원의 명칭을 가칭 센트럴파크로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 용인시, 특히 처인구가 술렁이고 있다.

 

용인시에서 벌어지는 논쟁을 보면서 한국에서 공원은 어떤 정치적 과정과 역사성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서울의 대표적인 공원은 한강공원이다.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공원은 일정한 규모를 기준으로 볼 때 장충단공원일 것이다. 한강공원이 넓은 면적을 가진 것은 평가할만하나 강변에 자동차 전용도로를 먼저 만들어 사람 중심의 접근성을 갖추지 못했다. 철저하게 자동차 중심의 사고로 만들어진 것이 한강공원이다.

 

공원에 접근하려면 길고 칙칙한 지하 보도를 통해야 한다. 차라리 강변도로에 100m 정도 너비의 건널목을 곳곳에 설치하는 것이 인간적이었다. 넓은 한강변에 조성했음에도 불구하고 백사장이 없다. 강폭이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의 1/10에 불과한 파리의 센강에도 백사장이 있다. 물론 인공으로 조성한 것이다.

 

세느강변의 도로는 보행자가 무단횡단을 해도 교통사고의 위험이 별로 없는 설계에 따라 조성되었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가장 좋아진 것은 공원이 많이 생기고, 공중화장실이 깨끗해졌으며 도시 주변의 야산까지 등산로가 많이 개설되었다는 것을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다. 여러 자치단체가 조성한 공원, 등산로를 보면 천편일률적이고 명확한 주제, 즉 컨셉이 빈약하다. 창의적이지 못하고 모방을 하다 보니 생뚱맞고 우범지역화 되어버린 으스스한 공원도 수두룩하다. 탁상행정의 폐해이자 주민 의견을 경청하지 않은 결과물이다.

 

전두환 대통령 시절 한강공원을 조성할 때 접근통로, 강수량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보고 강물의 흐름을 최대한 방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건설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이명박 서울시장이 청계천을 복원할 때 무조건 밀어붙이지 않고 후임 시장에게 마무리를 맡긴다는 생각으로 차근차근 공사를 했더라면 지금과 같이 흉물스러운 모습은 아니었을 것이다.

 

뉴욕의 센트럴파크는 1853년 설계하여 1876년 개장하기까지 23년간 조성되었다. 맨해튼 최고급 아파트를 보유한 억만장자들에게는 최고의 전망을 선사한 드넓은 정원이지만 인종차별과 흑백갈등으로 1967년 이전에는 흑인들은 출입할 수 없었던 금단의 공원이었다. 서양에서 가장 큰 아일랜드 더블린의 피닉스파크는 런던 하이드파크의 5배, 뉴욕 센트럴파크의 2배 크기 도심 공원인데 17세기 중반 영국 왕실이 사냥터로 징발한 것이었다. 아일랜드는 400여 년간 영국의 식민통치를 받았고 침략과 약탈에 시달렸으며 사실상 800여 년간 식민지상태였다. 아일랜드가 벨파스트 주변의 북부를 영국에 빼앗기고 힘겹게 반쪽짜리 독립을 한 것은 1937년이다.

 

용인시는 종합운동장 부지에 공원을 왜? 어떤 컨셉을 갖고 조성하려 하는지 먼저 용인시민, 특히 처인구민을 납득시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뉴욕의 센트럴파크가 멋있어 보여서 , 성남시에 중앙공원이 있어서 그냥 건설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말이다.

 

용인시에 제안한다. 관내 대학에 용역을 주든지 아니면 공정한 방법으로 우선 용인시 공원 현황을 정밀하게 담은 입체지도를 만들었으면 한다. CCTV는 제대로 설치되었는지, 화장실 등 부대시설의 상태는 어떠한지를 파악하여 ‘용인시공원안내’와 같은 앱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서비스하는 것이 기존의 공원을 잘 관리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백군기 시장이 좀 더 섬세하게 고민하고 전향적인 방향으로 센트럴파크 논쟁을 종식시킨다면 대다수 용인시민은 갈채를 보낼 것이라 나는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