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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북소리 - 최종회

 

[용인신문]

최은진의 BOOK소리 167- 마지막회(한편으로 특집면 부탁합니다. 그동안 나갔던 책표지 이미지 다 넣어서)

 

서구문명의 폭력과 편협한 원시신앙이 빚은 비극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저자 : 치누아 아체베 /출판사 : 민음사/ 정가 : 11,000원

 

 

아프리카 문학의 거장, 치누아 아체베가 28살에 발표한 이 작품은 19세기 말 아프리카 우무오피아 마을이 폭력적인 서구 세력의 유입으로 서서히 몰락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내어 아프리카 탈식민주의의 대표적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서구의 문화 침략에 나이지리아의 평온이 어떻게 무너져 내리는지를 아체베는 가능한 객관적인 시각에서 보고자 했다. 이보족의 영웅이었던 오콩고의 세상은 언제, 어떻게, 왜 산산이 부서져 버렸을까? 서구의 강압적인 문화 주입은 얼마나 많은 이들을 궁지로 몰고 참혹하게 하였을까?

 

우박을 ‘하늘의 물열매’라 하고, 쌍무지개를 ‘하늘의 비단뱀’으로 표현할 줄 아는 감성을 지녔지만, 쌍둥이를 낳으면 대지의 신이 화난다며 숲에 버리고, 동굴의 신이 화난다며 자신의 양아들을 도끼로 죽이는 우무오피아 부족. 원시 부족이 사물과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은 서구 문명의 눈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영국 식민주의자들은 그들의 관점으로 옳고 그름을 규정짓고 부족이 오랫동안 만들고 쌓아온 전통과 문화를 파괴한다. 영국인들은 부족의 전통과 법칙을 모두 무시한 채 ‘백인의 법’으로 그들을 심판한다. 반면 우무오피아 부족은 그들의 뿌리 깊은 나쁜 원시 신앙에서 탈피하지 못하며 결국 외부 세력에 흔들려 무너진다.

 

소설은 한 개인의 비극을 다루고 있지만 그 비극은 결국 사회 전체의 비극과 무관하지 않다. 제국주의가 불러온 무차별적 폭력성은 오콩고와 그 부족의 편협하고 오만한 신앙과 충돌한다. 그 충돌은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는 파멸을 가져왔고 결국 비극의 원인은 한쪽에 있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문화의 상대성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다.

 

<북소리 연재를 끝내며>

2014년에 시작한 북소리 연재를 이번 호를 끝으로 매듭짓게 되었습니다. 6년이라는 시간은 저에게 다양한 독서와 사고를 할 수 있게 하는 좋은 재료가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한 책은 쉽게 접하기 힘든 아프리카의 문학으로 골라봤습니다. 제가 곧 가야 할 나라이기도 합니다. 이제 3년이라는 시간의 재료에, 나이지리아라는 낯선 공간의 재료가 더해져 저에게 새로운 성장을 할 소중한 기회가 찾아올 거라 생각됩니다. 여기에 더해질, 가장 멋진 재료는 거기에서 만날 사람들이겠죠? 저만의 특별한 경험을 여러분들과 나눌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나이지리아에서 삶의 모습들을 생생하고 진솔하게 전해줄 날을 기다려주세요! 오랜 시간 소중한 지면을 내어준 용인신문사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