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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틀에 먼지를 닦아내듯

이미상(시인)

 

[용인신문] 이유 없이 싫은 사람이 있고 이유 없이 좋은 사람이 있다. 이유 없이 누군가로부터 미움을 받기도 했고 이유 없이 특별한 관심과 사랑을 받기도 했다. 누구나 모두를 공평히 친절하게 대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인간이란 차별당하고 또 차별하는 존재이다.

 

자신이 처한 곳에서 미움을 받는다면 중이 절 싫으면 떠나듯 떠나면 그만이다. 그러나 단순이 친교모임이 아닌 자신의 꿈과 미래와 생계가 달렸다면 누구든 쉽게 벗어날 수가 없다. 그것을 알고 있는 자들은 그 약점을 이용한다. 그들은 약자에게 잠재적 폭력성을 드러낸다.

 

국가대표 트라이애슬론 최숙현 선수가 목숨을 끊었다. 팀 닥터와 코치와 감독과 선배선수의 가혹행위에 시달렸다는 유언을 남겼다. 최악의 선택을 하기까지 그녀는 이들의 폭행을 고발하고 단체에 도움을 요청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했다. 누구도 그녀의 호소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체육계의 비리와 폭력사태는 우리에게 더 이상 놀랍지 않다. 지난해 유명 축구감독의 횡령과 학부모 성폭력 사건, 국가대표 빙상 코치의 지속적인 성폭력 사태로 우리의 분노 게이지는 이미 최고점에 도달했었다.

 

지난 9일에는 피겨 유망주의 어머니가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故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 진상규명 국회 긴급 토론회> 에 참석해 피겨 코치의 폭력을 고발했다. 피겨 코치가 9살 어린 여자 선수를 폭행하면서 가르쳤고 그런 코치를 신고했지만 어떤 처벌도 받지 않고 여전히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꿈나무들이 보호받지 못하고 좌절하면서 꿈을 접을까. 오로지 살기 위해 도움을 요청했지만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을 때의 절망감을 어린 선수들이 이겨낼 수 있을까. 최숙현 선수의 죽음은 살기위한 마지막 선택이었다.

 

우리는 누구나 “메달보다 인간이 먼저”라고 말한다. 그러나 누구도 메달보다 인간을 중요시 하지 않는다. 우리는 성공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실패자의 위안이고 변명일 뿐이다. 우리에게는 결과가 중요하다. 결과가 나쁘면 과정이 아무리 훌륭해도 소용없다. 부모조차 말 잘 듣고 성공한 자식을 더 예뻐하는 게 인간이다. 과정이 빛을 보려면 먼저 결과가 빛을 봐야 한다. 열매가 없는 과정은 헛된 일이다. 무명배우가 늙어 명배우로 남으려면 한 작품이라도 성공이라는 행운을 만났을 때이다. 성공에는 명성과 돈이 따라온다. 그래야 진짜 성공이다. 경주시청은 아시안 게임 메달리스트가 주장선수로 있어 예산을 더 많이 끌어올 수 있었다고 한다. 감독, 코치, 팀 닥터 모두 주장선수에게 꼼짝 못하고 그를 우대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우리 사회가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지 않는다. 스포츠계의 폭력과 성폭력이 사라지리라고 믿지 않는다. 강한 자가 패를 쥐고 있는 사회구조가 바뀔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약자들이 모여 한 목소리를 낼 때, 약자들이 반응하고 저항 할 때 사회는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기수를 틀 것을 기대한다. 나는 약자이므로 반응하고 저항한다. 나는 성공해본 적이 없기에 과정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나는 미움 받은 적이 있기에 차별 없이 타인에게 예의를 다하려 한다. 창틀에 어차피 먼지가 쌓이더라도 닦고 또 닦아내면 깨끗한 집안을 지켜낼 수 있기에 매일 먼지를 닦아낸다. 이렇게 먼지를 털듯 저항하며 내 삶이 더 맑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소박하게 희망한다. 이 글을 쓰는 중에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망 소식을 듣는다. 참담하고 참담한 칠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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