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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터미널, 건축물 규모보다 ‘환승’과 ‘편의’ 우선

홍순석(강남대 명예교수)

 

[용인신문] 예로부터 용인은 교통의 요충지였다. 조선 초기에 홍귀달은 <용인신정기>라는 글에서 용인은 삼남지방에서 한양으로 이르는 길의 목이라고 하였다. 조선후기의 『증보문헌비고』에 의하면 제4대로의 노정은 한양에서 출발하여 한강-판교-용인-양지-광안-충주로 이어지고, 다시 조령을 넘어 유곡-낙동진-대구-부산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용인은 전국 도로망의 요충지였던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경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가 교차하는 유일한 도시가 용인이다. 제2경부고속도로와 새로 조성되는 서울-지방간의 내륙도로는 용인을 빗겨갈 수가 없다. 결국 땅의 쓰임새는 정해져 있는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산천이 크게 변하지 않았는데, 달라질 이유가 없다.

 

현재의 용인은 조선 초기에 용구현과 처인현, 그리고 일제강점기에 용인군과 양지군이 병합되어 형성된 도시이다. 구성 지역과 양지 지역의 중간쯤 되는 곳에 인위적으로 조성된 셈이다. 이후 동부권과 서부권의 도시 형성 과정에서 격차가 커지다 보니, 균형 있는 발전이 정책과제였다. 지금의 용인시 청사 위치를 용인의 중앙에 정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용인시정 발전 계획에서 ‘균형’과 ‘조화’ 가운데 굳이 하나만 선택할 수밖에 없다면 ‘조화’여야 된다는 것이 나의 일관된 생각이다. 왜냐하면, 동부권과 서부권은 지정학적으로 하나가 될 수 없다. 산맥과 하천이 달리 형성되어 있으며, 용인 권역에선 합쳐지는 곳이 없다. 이 같은 환경에서 살아온 시민들의 정서 또한 달랐던 것이 사실이다.

동부권인 처인구가 서부권인 기흥구와 수지구에 비해 낙후되었다고 불평이 많다. 정치인과 행정가는 선거 때마다 균형 있는 발전을 공약으로 내세운다. 용인버스터미널의 낙후된 모습과 불편도 그 하나였다. “인구 백만의 도시에 버스터미널은 30년 전 그대로, 어느 시골의 터미널만도 못하다.”고 불평한다. 용인터미널에 대한 개발계획을 시장 선거 때마다 앞세운 것도 그 때문이다. 종합운동장으로 이전해서 새로운 터미널을 형성하겠다고 하다가, 지금은 기존의 터미널을 개축하는 선으로 가닥을 잡고 추진 계획을 발표하였다.

 

어떻든 용인버스터미널의 개선과 변화가 절대시되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 여러 단체에서 수도권 도시의 터미널 개발사업을 벤치마킹해서 터미널을 통한 교통, 시장경제, 여가 생활 등의 획기적인 방안을 제시하였다. 민자 유치를 통한 개발방안과 공익시설로서의 특성을 전제한 시비 부담의 개발방안으로 정리된다. 여기에 도시개발 정책이 전공이 아닌 사람이 끼어들 생각은 없다. 단지, 처인구에 조성된 버스터미널의 실상을 고려해보자는 의견일 뿐이다. 단적으로 지금의 용인버스터미널은 용인시 전체의 교통망이라는 전제에서 벗어나야 한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과 앞으로도 용인시 동부권역의 터미널일 뿐이다. 서부권의 수지구, 기흥구민들이 지금의 용인버스터미널을 얼마나 이용한다고 보는가. 명칭자체도 ‘용인동부버스터미널’로 바꿔야 할 것이다. ‘터미널’은 ‘환승’ ‘편의’라는 전제가 관건이다. 버스터미널도 ‘버스정류장’이 아닌 다른 교통시설과의 환승이 절대시 된다. 교통망의 연계 역시 과제이다. 그리고 ‘편의’시설이어야 한다. 점차 대중교통의 이용도가 축소되고 있는 실상은 불가피할 것이다.

 

최근 처인구 원삼지역권에 대단위 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있다는 사실이 처인구 시민들의 생각을 바꿔 놓고 있다. 벌써부터 용인-양지간의 42번 도로는 정체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기대치가 용인터미널 신축에 주요 관건이 아닐 수 없다. 옛 성현은 홍수를 막는 방안으로 저수지 크기를 늘리기 보다는 물이 잘 흘러가도록 수로를 개선하였다. 교통 역시 물 흐름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