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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용인신문]

최은진의 BOOK소리 164

남겨진 자들을 위한 기록

아침의 피아노

◎저자 : 김진영 /출판사 : 한겨레출판/ 정가 : 13,000원

 

 

피아노 선율처럼 따뜻한 문장은 힘이 세다. 그 사람이 떠난 후에도 살아남아 우리를 그곁에 머물게 한다.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이 남겨두고 간 최후의 기록이라면 더욱 그렇다.

 

철학자 김진영 선생님이 임종 3일 전 섬망이 오기 전까지 병상에서 적어 두었던 글은 그의 첫 산문집이자 유고집이 되었다. 책의 끝이 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하지만 그 끝을 알고 시작한 독서이기에 한 문장 한 문장 소중히 아껴가면서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그는 이제 “아침의 베란다에서 먼 곳을 바라보며 피아노 소리를 듣는” 작은 사치를 더 이상 부릴 수 없게 되었지만 독자인 우리는 음악보다 힘센 치유의 문장을 듣는 사치를 부릴 수 있게 되었다.

 

짧고 간결한 말이 불러오는 마음의 파장은 크다. 흔한 투병 일기나 사적인 기록으로 끝나버렸을 수도 있었을 그의 글은 우리의 삶을 회고하게 만든다. 철학자이기 이전에 한 가정의 아버지이자 남편인 한 사람의 부재가 남길, 현실적인 슬픔이 구체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리라.

 

외출 준비를 하는 아내를 보며 “이 잘 웃는 여자를 떠날 수 있을까?”라며 아파하는 평범하고 정 많은 한 남편이었기에. 평생 철학자의 삶을 산 그이지만 암환자의 생활은 머리 아닌 몸이 지배해 버린다. 하지만 철학이 삶을 구원해주진 못해도 그는 작고 사소한 일상에서 위안을 얻는다. 산책길에 만난 꽃들에서, 아침 베란다에서 듣는 피아노 선율에서, 거울을 보며 지어보는 자신의 미소에서 사소한 삶의 경의를 느끼고 철학자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모든 일상의 삶들이 셔터를 내린 것처럼 중단”되어 버리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 놀람과 먹먹함의 순간을 넘어 다음 세상으로 넘어가기 위한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사투가 이보다 덤덤할 수 있을까? 그의 마지막은 누구보다 평온하다. 삶의 끝자락에 서서 그 너머를 향해 가는 여정의 기록들이 그걸 증명해주고 있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메모는 이렇다. “내 마음은 편안하다”……영원히 살 것처럼 살고 있는, 지금 살아있는 모든 이들에게 그의 바람대로 이 책이 “성찰과 위안의 독서”가 되기를. 언젠가는 가야 할, 피할 수 없는 마지막 순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음을 잘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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