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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북소리163

[용인신문]

최은진의 BOOK소리 163

인류 역사를 바꾼 운명의 순간들

광기와 우연의 역사

 

◎저자 : 슈테판 츠바이크/출판사 : 휴머니스트/정가 : 13,000원

 

 

“어제는 기적으로 여겨졌던 것이 오늘은 마치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여졌다” 긴박하고 엄청난 사건의 순간도 시간이 지나면 퇴색하고 무뎌지게 마련이다. 위대한 세계사를 결정짓는 한 순간을 멋지게 각색해낸 슈테판 츠바이크는 그 순간을 잊지 않도록 환기시켜 준다. 인류역사를 만든 중대하고 결정적이었던 사건의 어처구니없는 우연과 미친 광기의 순간들을 포착했다. 겉으로 드러난 역사, 우리가 다 알고 있는 과거의 순간을 넘어서 그 이면에 숨겨져 드러나지 않았던 사실과 인물들의 감정을 깊이 파고 들어간다. 역사책조차 문학작품으로 느끼게 만들어 주는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 아름다운 문장과 섬세한 묘사로 역사의 순간들을 절묘하게 낚아채어 들려준다.

 

헨델의 메시아가 탄생하는 운명적인 순간, 무능한 부하로 인해 패배자가 된 나폴레옹의 워털루 전투, 80세의 나이에 19세의 소녀와 결혼까지 하려했던 나이값 못하는 괴테, 스콧의 남극 정복을 향한 야심과 그로 인한 비극들, 러시아 혁명의 주역 레닌의 이야기, 악처를 피해 혼자서 자유롭게 죽음을 맞이하는 톨스토이 등. 역사를 읽는 지적 즐거움이 넘쳐난다. 그 속에 미처 그 당시에는 드러나지 못했던 광기와 우연이 빚어낸 숨막히는 진실들이 드러난다. 역사 속 중요한 순간 속에 마치 내가 주인공들과 현장에 함께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할 정도로 생생한 묘사는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하다.

 

언젠가는 퇴색하게 될 삶의 많은 순간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결코 잊을 수도, 바꿀 수도 없는 순간이 있다. 한 사람의 망설임, 혹은 어리석은 선택이 운명를 바꾸는 순간은 이 책에 나온 역사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겪어본 적 없는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이 위태로운 시기에 개념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 나 하나의 행동쯤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지 마시기를. 그것이 우리 모두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단 것을 “광기와 우연의 역사”가 충분히 증명해 주고 있다.

 

지금 그 순간의 광기어린 행동이 역사에 낙인찍힐 치욕스런 순간의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자. 봄은 내년에도 오고, 춤은 언제든 출 수 있고, 영혼을 치유하는, 은혜로운 술이 사라지는 일은 없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