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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용인시, 선별적 재난소득… 경기도와 엇박자

백 시장, 초·중·고생 가구당 20만원씩 ‘돌봄쿠폰’ 지급
중위소득 100%이하 저소득층 30만~50만원 지급 방침
설익은 정책 발표뒤 TF팀 꾸려 뒷북 세부안 착수 도마위

 

[용인신문] # 처인구 역북동에 거주하는 맞벌이 회사원 정 아무개(42‧여)씨는 최근 경기도와 용인시가 제공한다는 재난기본소득 내용을 보고 내심 안도했다. 맞벌이 부부와 초등학생 두 아이와 살고 있지만, 아파트 대출금 등을 제하고 나면 매달 빠듯했던 살림이 좀 나아질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환상이 깨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시가 발표한 기준인 중위소득 100%를 검색해보니 지원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 씨는 “30~40대 대부분이 맞벌이 가정인데, 시 발표처럼 중위소득 100%이하인 가정이 몇 곳이나 되겠느냐”며 “선거를 앞두고 말로 시민들을 현혹시킨 것 같아 불쾌했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백군기 시장이 SNS 생방송을 통해 발표한 용인형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보편적 복지’를 기치로 소득과 연령에 관계없이 모든 도민에게 각 10만원의 재난기본소득을 주는 경기도 정책과 상반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백 시장이 발표한 내용은 세부계획은 물론 제대로 된 사전 검토조차 없던 것으로 확인돼, 공직사회와 시민들의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백 시장은 지난 24일 SNS를 통해 용인시가 추진하는 재난소득 지원 계획을 공개했다. 용인형 재난기본소득 지원 내용은 △지역 내 초·중·고교생이 있는 가구에 20만원씩 돌봄쿠폰 지급 △중위소득 100%이하 저소득층 가정에 가구당 30만원에서 최대 50만원 지급 등이 주요 골자다.

 

백 시장의 발표 후 일선 읍‧면‧동 주민센터는 용인형 기본소득 관련 문의가 이어졌지만, 공직자들은 시원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정해진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시 측은 백 시장 발표 다음날 T/F팀을 꾸리고 세부 계획마련에 나섰지만, 27일 현재까지 이렇다 할 계획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다.

 

* 지급대상도 정하지 못한 ‘선별적 복지’

가장 큰 문제는 중위소득 100%이하 기준이다. 현 국민생활기초보장법에 따라 마련된 올해 중위소득 100% 기준은 △1인 가구 175만 여원 △2인 가구 299만 여원 △3인 가구 380여 만원 △4인 가구 474만 여원 △5인 가구 562만 여원이다.

 

맞벌이 가정 월 평균 소득액과 비교하면, 실제 용인시가 지원하는 재난소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은 매우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시 측은 각 세대별 중위소득 여부를 가리기 위한 방안과 소득적용 시점 등도 정하지 못했다. 건강보험료 납부와 국민연금 납부금액, 국세청을 통해 원천징수소득액 정보를 받는 안 등이 있지만, 모두 실효성이 낮다.

 

가장 유력한 건강보험료의 경우 직장가입자는 부동자산이 포함되지 않는 반면, 지역가입자의 경우 부동자산까지 포함돼 부과된다. 또 직장 가입자의 개별세대 피 부양자 합산 부분도 난제다.

 

예를 들어 직장인이 소득이 없는 부모님을 피부양자로 등록했을 경우, 부모님은 개별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재난소득 지원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용인지역 내 대학교 및 기숙학원 등에 다니며 거주지를 용인으로 이전해 놓은 1인 가구의 경우 지원대상이 될 수 있다.

 

* 부동산 자산 포함 or 제외 ?

중위소득 100% 기준에 부동산 및 예금 자산 포함여부도 결정하지 못했다. 시는 백 시장의 발표 후 회의를 열고 ‘우선 부동자산 등을 포함치 않기’로 결정했지만, 경기도가 ‘한시적 긴급지원’대상자 선발기준에 ‘중위소득 90%이하에 부동자산 포함’을 요구하며 진퇴양난에 빠졌다.

 

자칫 재난소득이 절실히 필요한 세대임에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다수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우왕좌왕 하는 정책은 중위소득 100%이하 세대 지원만이 아니다. 시는 백 시장 발표와 함께 “전국 최초로 초중고생 가정에 20만원을 지원한다”고 대대적인 홍보를 했다.

 

백 시장은 이에 대한 시민들의 질문에 대해 SNS를 통해 “용인 지역 내 초중고교에 재학중인 용인 거주시민”으로 지원대상을 한정했다.

 

그러나 시의회를 비롯해 학교 밖 청소년 및 타 지역 학교를 다니는 부모들의 비난이 이어지자, 지난 27일 부랴부랴 “용인에 거주하는 모든 학령기 청소년”으로 변경했다.

 

* 발표에 초점 맞춘 정책 … 공직‧시민혼란만 ‘가중’

공직사회와 시의회 등 지역 정치권은 시 측이 백 시장의 SNS 생방송에 초점을 맞춘 섣부른 정책 발표로, 시민과 공직사회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대로 된 계획 없이 시장이 발표한 뒤, 혼란이 이어지는 상황이 수 차례 반복됐기 때문이다.

 

실제 백 시장은 이달 초 SNS 생방송에서 “읍면동을 통한 마스크 무상지급”을 발표했다가, 시행 이틀 만에 중단했다.

 

지급기준은 물론, 담당부서까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마스크 판매 등을 시작했다가, 공직 일선의 업무마비는 물론 시민 혼란만 커졌던 것.

 

백 시장이 회의를 통해 공직자들에게 “세심하게 검토하지 못했다”며 사과발언까지 했지만, 공직사회는 싸늘한 분위기다.

 

백 시장은 또 3월 급여를 모두 대구시에 성금으로 기탁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용인시민이 낸 세금으로 받은 급여를 다른 지역에 기부’하는데 따른 부정적 여론이 이어지자 당초 계획을 수정했다.

 

* 시 정책, 누구를 위한 것인가?

시의회와 공직사회는 이 같은 문제의 원인으로 참모진인 고위 공직자들의 역할부재와 SNS생방송을 지적하고 있다. 시장의 정기적인 SNS생방송을 위해 ‘특별한 무엇을 쥐어 짜내야 한다’는 것. 이 과정에서 아이디어 상태에 있는 계획이 정책으로 발표됐고, 세부검토가 추후에 이뤄지는 기현상이 나타나는 셈이다.

 

익명의 한 공직자는 “인구 100만 도시의 정책이 시장 발표 후 검토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모든 정책은 실행과정에서 미흡한 부분이 나올 수 있지만, 최소한 사전에 충분한 검토후 발표 돼야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자영 시의원은 “재난소득 관련 발표는 예산 심의기관인 시의회와 논의조차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할 만큼 성급하게 추진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