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04 (토)

  • 구름조금동두천 26.6℃
  • 맑음강릉 25.5℃
  • 구름많음서울 27.2℃
  • 흐림대전 23.6℃
  • 흐림대구 22.8℃
  • 흐림울산 20.8℃
  • 흐림광주 21.8℃
  • 흐림부산 23.3℃
  • 흐림고창 22.1℃
  • 흐림제주 20.8℃
  • 구름조금강화 25.8℃
  • 흐림보은 23.1℃
  • 흐림금산 21.0℃
  • 흐림강진군 22.1℃
  • 흐림경주시 22.4℃
  • 흐림거제 23.3℃
기상청 제공

최은진의 BOOK소리

최은진의 BOOK소리 157

[용인신문]

최은진의 BOOK소리 157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판타지

바람의 열두 방향

◎ 저자 : 어슐러 K. 르귄 / 출판사 : 시공사/ 정가 : 14,000원

 

 

“내 판타지 작품 중에 슈퍼히어로를 다룬 것은 한편도 없다. 마법사가 등장하더라도 그들 역시 보통 사람처럼 실수를 하고 고난을 겪는 존재로 그려진다. 나는 내 판타지 작품이 가능한 한 현실적이길 바란다. 현실 그 자체가 이미 판타지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작가 르귄의 말이다. 현실을 비판하는 생생한 메시지를 담은 이야기들. 특히 최근 세계가 열광하는 방탄소년단의 <봄날> 뮤직비디오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그의 작품에 왜 많은 사람들이 빠져드는지 단 한 편의 작품만 읽어봐도 알 수 있다. 실력뿐 아니라 의식있는 젊은이들이라는 칭송을 받는 방탄소년단이 이 단편집의 <오멜라스를 떠나며>를 모티브로 한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그의 문학이 보여주는 세계관은 어떤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다채로우면서도 사회적 함의를 지녔다.

 

고독을 낭만적으로 풀어낸 ‘파리의 4월’에서부터 총 17개의 단편들에는 인간복제, 태양이 없는 삶, 현실의 권력 앞에 고뇌하는 과학자, 낙원같은 도시 오멜리아의 희생양인 어린아이 등을 통해 삶의 근원을 묻고 있다. 그중 주목할 만한 작품 <오멜라스를 떠나며>엔 사람들의 이율배반적인 모순이 그려진다. 그 모순은 너무도 생생하고 충격적이다. 누구나 자신이 불행의 선택을 받을 수도 있었음을 알면서도 어린 아이의 끔찍한 불행을 외면하는 사람들. 한 사람의 이유없는 불행을 구원하기 위해 수천 명의 행복을 내던져야 한다면? 우리 사회가 줄곧 외치고 있는 “정의란 무엇인가”와도 일맥 상통하는 질문이다.

 

르 귄은 “오멜라스”가 “옴 엘라스”, 프랑스어로 “아아, 인간이여”라는 뜻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 단어가 이 소설의 세계와 방탄소년단의 <봄날> 속 세계가 조우하게 되는 시발점이 아니었을까. “그토록 먼 세월이 떨어진 세상들에 대한 전설과 사실을 당신은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라는 첫 문장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와 닮은 듯 다른 가상의 세계를 현실보다 더 냉정하고 철저하게 그려낸다. 판타지 소설이라고 해서 단순히 재미만을 기대했다면 머리는 어지럽고 마음은 무거운 독서가 될 것이다. 문학적 은유와 아름다운 문장이 자칫 가볍게 느껴질 수 있는 판타지의 격을 높여준다. 그가 전하고자 하는 결코 가볍지 않은 메시지의 파장은 생각보다 깊고 크다.



포토리뷰



용인TV

더보기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