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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난개발 반면교사(反面敎師)



[용인신문] 용인시는 지난 20~30년간 집단민원에 시달려 왔다. 가장 많았던 민원을 꼽는다면 내 집, 내 아파트 앞에서 벌어지는 산림훼손 반대였을 것이다. 이사 올 때는 한적한 시골이었고, 곳곳에 울창한 산림이 있었던 풍경이 눈앞에서 사라져 가니 어찌 가만히 있었겠는가?


처음엔 시골에서 농사 짓던 토지주들과 원주민들이 개발을 주도하던 현재의 LH공사와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집단민원을 제기했다. 사실상 집단민원의 시작이었다. 정부가 수도권 200만호 주택건설을 발표하면서 준농림정책이 실시됐고, 그 결과 건설업자들이 한적한 시골마을의 농지와 임야를 사들여 마구 파헤친 후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짓기 시작했다. 정부 정책에 힘입어 20여 년 넘게 땅을 파헤쳤고, 아파트가 들어섰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수백여 개의 초고교가 생겼다. 수많은 간선도로가 만들어졌고, 서울에서부터 지하철이 연결됐다. 불과 30여년 전만해도 5층짜리 건물이 최고였던 용인지역에 초고층 아파트와 건물들이 잇따라 들어섰다. 백화점과 국내외 유명 대형쇼핑몰이 들어설 정도로 거대도시가 됐다. 겉으로 보기엔 서울 뺨치는 초고속 성장도시다.


문제는 끊이지 않는 민원이다. 먼저 이사와 자리를 잡았던 아파트 입주민들은 곧이어 자신들의 아파트 앞에 녹지를 훼손하며 들어서는 아파트나 물류센터 건설을 적극 반대하기에 이르렀다. 집단민원 강도가 점점 세졌음을 의미한다. 내 집 앞이나 학교 옆 개발을 반대했고, 이미 계획된 지하철 노선을 내 집 앞으로 바꾸기도 했다. 누구든지 삶의 질 향상(아파트값 상승)을 위해서는 도덕도 체면도 없던 님비현상 천국이었다. 사람의 이기적 심리가 어디까지 표출될 수 있는지를 가감 없이 느꼈던 곳이 바로 용인이다.


다시 문제는, 강력한 반대를 무릅쓰고 건설된 새 아파트 입주민들 역시 똑 같은 민원을 제기해 도미노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개발과정의 복마전은 말할 것도 없었고, 그렇게 성장한 결과물이 지금의 용인시인 것이다.


용인시의 전체 면적 60%이상을 차지하는 처인구는 아직 개발을 시작도 못했지만, 서부지역은 사실상 마무리 중이다. 처인구가 상대적 소외를 계속 받고 있는 이유다. 용인시가 세계 최고의 난개발 지역에서 비싼 수업료를 치렀으나 아직 처인구를 위한 친환경개발 로드맵은 없다. 미리 농지와 임야를 개발해 점령한 아파트 신 유목민들은 내 집앞에 공원을 만들어달라며 아우성이다. 행정당국은 아이러니하게도 먹튀 건설업체 뒷설거지를 하느라 갈팡질팡 하고 있다. 용인시가 공원일몰제로 인해 쏟아 붓는 천문학적인 돈 역시 뒷설거지다. 원삼SK반도체 클러스트 관련, 지자체 예산 부담도 문제지만 당장 내년이면 가용예산조차 턱없이 부족한 재정상황을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지 용인시의 앞날이 깜깜해 보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