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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1000년, 용인의 용트림을 기대해본다


경기 1000, 용인의 용트림을 기대해본다


                                                                                              박숙현(본지· 이사주당기념사업회 회장)


 


독립선언 후 2017년까지 241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이란 나라는 무려 219년 동안 전쟁을 치렀다. 전쟁을 치르지 않은 해는 21년에 밖에 안될 만큼 전쟁으로 존재하는 국가다. 따라서 미국은 군사·경제적으로는 세계1위일지 몰라도 절대 문화국가가 될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 무엇보다 물리적인 역사도 짧거니와 오랜 기간 축척된 고고한 정신문화가 없다.

 

반대로 반만년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는 끊임없이 외세의 침략을 받아왔고, 남북분단이라는 현대사 질곡이 보여주듯 여전히 강대국들의 지배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신 우리나라가 미국과 크게 다른 것은 숱한 부침 속에서도 단일 역사를 이어왔다는 점이다. 정체성이 모호한 민족들끼리 뭉쳐 인종 합체를 만든 미국과는 반만년의 역사를 가진 나라를 비교할 수는 없지 않는가.

 

더군다나 2018년이면 한 국가의 일개 작은 도시가 1000년의 역사를 맞이하게 된다. 바로 대한민국의 중핵도시로 발돋움한 경기도다. 그리고 용인시는 3년 전인 지난 2014년이 지명 탄생 600년이 되던 해이기도 했다.

 

단언컨대 국가와 도시의 역사란 시공간적 측면에서 볼 때 국민들의 문화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만약 석유와 금이 쏟아져 나온다면 모두가 눈이 휘둥그레지고 좋아 어쩔 줄 몰라 했을 것이다. 그러나 땅속 지하자원 못지않게 역사문화유산을 소유한 국가와 도시, 국민들은 엄청나게 복 받은 사람들이다.

 

물론 역사문화자원이 아무리 많아도 이를 합리적으로 계승 발전시키지 못한다면 돼지 목에 걸린 진주 목걸이와 다를 바 없다. 아마 이 같은 고민은 경기도 31개 시·군 모두 비슷할 것이다. 이중 얼마 전 인구100만 명을 넘어 전국 지자체 서열 4위로 등극한 용인시는 문화유산의 보고라 할 만큼 타 자치단체에 비해서는 역사문화 자원이 흘러넘칠 정도다. 필자가 말하는 것은 근현대 시대에 생긴 용인시의 수많은 관광자원들까지 포함된다.

 

인근 수원시는 화성을 유네스코에 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면서 인문학과 성곽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자타가 공인하는 문화 도시로 자리매김해서인지 수원시민들의 문화적 자부심은 대단하다. 지방자치단체와 시민사회단체에 이르기까지 머리를 맞대고 노력해온 결과일 것이다.

 

그렇다면 용인시는 어떠한가. 아직도 용인시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도시브랜드를 떠올려 보라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운영하는 위락시설 몇 개 외엔 별로 떠오르는 게 없다. 그렇다고 대한민국의 미천한 지방자치 역사나 단체장, 혹은 국회의원을 비롯한 지방의원들만 탓할 수 없다. 사실은 100만 시민 모두가 힘을 합쳐야 가능한 일이다. 더군다나 용인시 같은 도농복합도시에서 정체성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국가나 도시의 자긍심을 찾기 위해서는 경기도가 1000년을 맞아 실학을 강조하는 것이나 수원시가 정조와 효를 통해 인문학 도시를 부르짖는 것처럼, 용인시도 먼 미래를 바라보고 정신문화를 이끌어갈 특정 문화콘텐츠를 발굴, 계승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도시의 정체성을 위해서는 분명한 정신적 노선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용인시는 왜 속빈 강정처럼 백화점식 진열만 하고 있는지, 선택과 집중을 못하고 있는지, 노파심이 드는 이유는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