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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우농의 세설>

<우농의 세설>

 

나무는 먹줄을 따르면 곧아지고

군주는 간언을 따르면 성군 된다

 

예기(禮記)에 아들이 태어나면 문 왼쪽에 활을 걸어둔다 하여 생일이란 말보다는 현호일(縣弧日)이라 부르며 3일이 되면 탕병(湯餠<떡국을 먹음>)을 하면서 문회(文會)를 하는데 이를 탕병회(湯餠會)라 하고 손님은 탕병객(湯餠客)으로 떡국 먹은 보답으로 아기의 출사(장래의 벼슬)와 건강을 담은 시를 한수씩 짓는데 이를 농장시(弄璋詩)라 한다. <시경소아사간詩經小雅斯干. 재롱지장(載弄之璋)>

 

이때 태어 난지 3일 밖에 안 되는 아들을 위해 탕병객들은 자신만이 아는 필체로 행서든지, 초서든지, 광초서든지, 유수체든지, 폭열체든지, 먹춤이든지, 좌우간 글을 써준다. 아들은 성장하면서 훈장에게 글공부를 하는 틈틈이 탕병객들이 써준 글귀를 평생에 걸쳐서 스스로 해독을 한다. 그중하나가 유수체로 썼다는 천하 사람들의 근심에 앞서서 먼저 근심하고, 천하 사람들의 즐거움이 있은 뒤에라야 즐긴다(先天下之憂而憂 後天下之樂而樂歟).라는 문장을 약관의 나이에 해독을 한다. 이는 어린나이에 실로 엄청난 공부를 했다는 증거다. 이 아이가 훗날 등주(鄧州) 통관으로 악양루기를 쓴 범중엄이다.

 

악주(岳州) 파릉현(巴陵縣) 성문 서쪽에 동정호(洞庭湖)를 굽어 볼 수 있는 누대가 있는데 악양루(岳陽樓). 벗 등종량(滕宗諒)이 좌천되어 악주(岳州) 파릉 현감으로 부임해 악양루를 중수(重修)한다. 그 기문(記文)을 범중엄에게 부탁을 했는데 범중엄은 기문을 통해 좌천 온 벗을 위로하는 내용을 말미에 담아 전에도 없고, 이제도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명문을 쓰게 되는데 천하 사람들의 근심에 앞서서 먼저 근심하고, 천하 사람들의 즐거움이 있은 뒤에라야 즐긴다(先天下之憂而憂 後天下之樂而樂歟). 라는 탕병회 때 탕병객에게 받은 문장이다. 이 구절이 후대의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는 경책이 될 줄은 아마도 몰랐으리라.

 

탕병 객에게 글귀를 받아준 아버지는 범중엄 나이 1세 때 죽고, 1년 후 그의 모친은 자식을 버리고 재가를 한다. 그가 악인이 아닌 명재상으로 칭명을 떨칠 수 있던 것은 서경(書經) 열명편(說命篇) 목종승정(木從繩正)때문이라 한다. 굽은 나무라도 먹줄을 친 대로 켜면 바른 재목으로 쓸 수 있다는 말이다. 원문은 이렇다. 나무는 먹줄을 따르면 곧아지고 군주는 간언을 따르면 성군이 된다(木從繩則正 君從諫則聖). ()나라 재상 범중엄(范仲淹)이 그의 50년 정치인생에서 가장 많이 써먹었다는 말이다. 귀머거리 군주와 무식한 재상이 있으면 백성들의 삶은 뻔할 뻔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