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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이헌서재
물질세계의 피로를 정화하는 사유의 향기

 

 

[용인신문] 매란국죽. 옛 선비들은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 이 네 식물에게 ‘군자(君子)’라는 신분을 부여했다. 君子는 신분상으로 통치자 혹은 성직자를 의미했지만 시간이 지나 학문과 도덕적 덕목을 구비한 위대한 스승을 의미하게 된다. 이들 사군자(四君子)는 오래전부터 군자라고 불린 이들의 손에서 태어나 오늘에 이른다. 김외자의 『사군자의 세계』는 사군자의 역사와 필자 자신의 현대적 해석이 반영된 작품을 소개한다.

 

도서는 사군자의 유래와 의미, 역사와 함께 하는 사군자, 그리고 필자의 현대적 감각을 입힌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옛 문인화를 소개하는 부분은 개인적 사색보다 학구적인 설명으로 채워져 있다.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것일까? 국내외 여러 박물관을 찾아야 볼 수 있는 작품이 고루 수록되어 있어서 천천히 음미하는 독서를 하는 것도 권해 볼 만하다. 재료와 기법을 새롭게 하여 완성한 현대 작품도 관람하듯 볼 수 있다. 특히 문인화 내부의 공간은 마치 숫자 0과도 같은 상징성을 갖는다. 0은 숫자 자체로 없음을 뜻하기도 하지만 그와 함께 있는 존재의 지위를 만들어 준다. 1에 0을 붙이면 10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김외자가 창조한 공간은 서정이며 지조 높은 상징이며 향기이자 쉼이다.

 

오래된 문화유산을 박물관에 전시된 화석으로 두지 않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되살리는 작업은 역사를 지킨다는 면에서도 소중한 작업이다. 또한 사군자에 깃든 정신은 물질세계가 주는 피로를 쉼과 충만함으로 채우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