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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한계선을 넘어서는 순간

이미상(시인)

 

[용인신문]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참사가 일어났다. 잘 자고 일어나 아침 뉴스를 보면서도 믿을 수 없었다. 해외 소식인 줄 알았다. 너무 허망하여 어떤 말도 할 수가 없다. 세월호의 트라우마를 지닌 청년들이 다시 참담한 현장에 있었기에 더욱 비통하다. 친구를 잃은 젊은이들과 유가족들의 심정을 어찌 가늠할 수 있을까. 감히 어떤 위로의 말도 드릴 수가 없다.

 

일부러 며칠은 뉴스도 보지 않았다. 외면하고 싶었다. 그러나 아무리 외면하려고 해도 외면할 수 없는 화면들이 눈앞에 쏟아진다. 언제나 그랬듯이 책임자들은 서로 책임을 회피하고 핑계 대기에 급급하다. 장관이란 사람은 “경찰 인력을 배치했어도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변명했다. 구청장이라는 사람은 주최 측이 없는 축제이기에 매뉴얼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분명히 그 골목을 통제하고 있는 경찰의 모습이 영상에 남아있다. 그런데도 기자들의 질문에 짜증이 섞인 말투로 답하는 구청장을 보니 화가 치민다. 더구나 구청장은 당일 사고 한 시간 전에 그곳을 지나갔다고 한다. 전날 금요일 저녁에도 일반 시민들은 위험을 감지했었다. 심지어 토요일은 초저녁부터 인터넷방송을 하는 BJ들과 유튜버들이 심각성을 예고했다. 일반 시민들도 112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데, 사고 직전에 이태원에 있었던 용산구청장은 행정가로서 자격 미달이다. 자신의 지역구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상황을 그냥 지나칠 리 없다. 더구나 구청장은 사고 당일 새벽에 자신의 홍보물을 페북에 올렸다. 인간으로서 이것을 어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오히려 축제에 간 젊은이들을 탓하고, 책임을 아래로 아래로 떠넘기다가 급기야 최초로 밀었던 자를 지목하며 색출하는 일까지 벌였다. “뒤에서 계속 밀던 사람들 평생 죄책감 속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댓글을 보았다. 이렇듯 책임자들이 책임을 회피하고 언론들은 황당한 인터뷰와 여론몰이를 하는 가운데 <BBC NEWS 코리아>는 객관적인 전문가의 의견을 내놓았다. BBC 코리아의 <이태원 참사는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방송을 요약하고자 한다.

 

「정상적으로 통제되던 군중이 한계점을 넘어가면 생명을 보호하고자 하는 욕구밖에 남지 않는다. 1제곱미터당 한계점은 5명이 한계다. 우리는 이상 군중의 한계선 밀집도를 관리했어야 했다. 관리하지 않는 것이 직접적이고 유일한 원인이다. 저녁부터 112 신고가 들어오고 위험하다는 메시지가 계속 있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것이 원인이다. 군중이 팔 하나 들고 내릴 정도의 상황이 되어야 개개인은 판단하고 행동을 할 수 있다. 5명이 넘으면 사고는 이미 시작된 것이다. 앞사람의 등이 뒷사람의 가슴에 붙어있다는 것은 뒷사람이 계속 밀려온다는 것이다. 압력으로 오는 상황이기 때문에 사람이 쌓일 수는 없으니까 그냥 붙어있는 상태가 된다. 앉지도 못하고 돌지도 못하고 아무 행동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군중이 통제 불능의 한계점을 넘어가면 이상 군중의 행동을 하게 된다. “뒤로 더 가세요!” 외쳐도 뒤로 갈 공간이 없다. 숨 쉴 공간이 없어 누구의 지시에도 불응할 수밖에 없다. 오로지 군중은 생명을 보호하고자 하는 욕구밖에 남지 않는다」

 

이런 일은 정치와 연관 짓지 말라고 하는 이들이 있다. 정치란 무엇인가. 정치는 곧 우리 일상이요, 삶이다. 매번 투표하면서도 우리는 그것을 망각한다. 정치가 제 몫을 다하지 못할 때 일상에서 이런 화가 발생한다. 희생자들과 부상자들과 거기 있었던 분들은 잘못이 없다. 예측했으면서도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는 것은 직무유기다. 이런 일에 힘쓰라고 대비하라고 우리는 선거를 하고 대표를 뽑고 세금을 내는 것이다. 지금 행태를 보면 대통령을 비롯하여 모든 책임자들이 사과하지 않고 책임지지 않겠다고 합심이라도 한 것 같다. 반드시 애도와 책임을 묻는 것을 같이 해야 한다는 의견에 필자는 동의한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애도만으로 끝난다면 언제든 이런 참사는 또 일어날 것이라는 의견에 동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