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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죽어 가는 것들을 버리지 않는 저항의 마음

화제의 시집 - 김승일 시인 ‘나는 미로와 미로의 키스
주영헌(시인, 문학평론가)

[용인신문] 김승일 시인의 시집 『나는 미로와 미로의 키스』의 해설에서 이병철 평론가는 말한다. ‘이것은 문제작이다.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 시집은 읽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 아니, 이 문장을 나는 이렇게 바꿔 말하고 싶다. 이 시집은 우리가 사는 세계의 부분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뿐이다. 어쩌면 우리가 사는 세계는 이 시집이 말하는 것보다 훨씬 불편하다.

 

우리는 아름다운 것만을 보고 싶어 한다. 세상의 실제는 아프고 괴롭고 불평등해도 우리가 바라보려고 하는 것은 아름다움이다. ‘아름다움을 바라보고 싶다’라는 열망은 어쩌면 희망에 가까울 것이다. 니체가 ‘신이 죽었다’라고 말한 까닭, 희망보다는 절망이 가득한 세계에 대한 비관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오늘의 세계가 ‘신이 죽었다’라는 말에 반대하기 힘들 정도로 암담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까닭, 신을 갈구하는 성직자 때문이 아니라, 과거의 고통을 끊임없이 되새김질하면서도 ‘아픈 인간’으로 남고자 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김승일 시인의 시가 불편한 까닭은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날것으로 남아있는 내 감정의 파편을 되새기게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 「대학원, 김뱀이 먼저 와 있었다」를 읽으면서, 왜 나쁜 놈은 나보다 한 발 더 앞서 내 앞에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나 또한 겪었던 일이기 때문이다. 일 년도 아닌 단 몇 개월 먼저 자리했다는 이유로 손가락 까닥하지 않으려고 했던 모든 나쁜 놈들에 대한 분노이기도 하다.

 

이 시집을 추천할 자신은 없다. 누군가는 봉합되었던 상처가 이 시를 읽음으로써 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말 만큼은 꼭 하고 싶다. 이병철 평론가가 말했듯 ‘죽어 가는 것들을 버리지 않는 저항의 마음’이 시인의 마음 가장 밑바닥에 있어, 자기 피를 짜내어 시(詩) 한 편 한편을 완성했다는 것을. 흉터는 남겠지만, 어쩌면 내 우려와는 달리 임시 봉합되었던 당신의 상처도 나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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