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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슬아치의 품등(品等)

이인영(전 용인문화원장)

 

[용인신문] 조선 세종 시대에 강희맹(姜希孟)이란 문신이 있었다. 이 사람은 중국의 대 문장가 정치가 문필가에 비유되면서 당시 선비들의 추앙을 받았던 희대의 인물이다. 이분은 벼슬아치의 경우 대개 세 종류가 있다고 기록하였다.

 

『대저, 벼슬살이에 3품(三品)이 있으니, 내 한 몸의 진퇴를 세상 형편에 따라 가벼이도 하고 무겁게도 하는 사람은 상품(上品)이요, 도덕은 비록 성현(聖賢)에는 미흡하나 문무(文武)로서 백성을 다스리고, 어짊을 감추지 않고 절개를 지켜서 굽히지 않는 사람은 그다음(中品)이며, 공손하고 근검하며 스스로를 재고 날마다 받을 것이나 계산하는 자는 벼슬살이로서 하치(下品)에 속하는 것이다.』< 해동잡록 권2>

 

이상의 기준으로서 1, 2품에 비견될 만한 역사적 인물을 찾는다면, 고려 말의 포은 정몽주, 조선시대의 세종대왕, 맹사성, 이순신, 다산 정약용, 안중근 급의 위인이라면 무탈할 것 같다. 이외에 다수의 인물이 있겠지만 요즈음 정치하는 사람이나 관료사회에서는 하품에 드는 정도만 하더라도 양반 소리 들을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국민을 위하고, 국가를 영도하고, 미래 세대에게 희망을 안겨 주는 지도자로 추앙을 받을 만한 위정자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얘기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1995년 베이징 특파원들과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기업은 2류, 관료와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말했다. 세계적 일류 기업을 이끌어 낸 경영인의 안목에서 나온 말이다. 이 발언은 600여 년 전 강희맹이 벼슬아치의 품등을 지적한 내용과 상통한다. 또한 4류가 삼류 위에 군림하고 3류가 2류를 규제하고 쥐어짠다. 그런 가운데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에서 세계 32번째의 선진국으로 진입하고 국민소득 3만 불 시대를 이끌어 낸 것은 기적이다. 잘 생각해 보라. 지금 이 기적은 누가 만들었으며 누가 허물고 있는지를! 용재(慵齋) 성현(成俔)이 남긴 글 하나 더 보자

 

『우리나라 사람들은 경솔하고 부정(不定)하여 백성들은 관리를 두려워하지 아니하고 관리는 선비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선비는 대부를 두려워하지 아니하고, 대부는 공경(公卿)을 두려워하지 아니하여 상하가 서로 업신여기고 경알(骾軋) 할 것만 생각한다.』 <용재총화 권9>

 

당시의 성현이 지적한 세태가 오늘의 현실에서는 일상이 되었으니 국정은 난맥이다. 그동안 우리는 기아에서 벗어났고 배부르게 먹었으며 등 따습게 자면서 살 만큼 살았지만, 지금 이대로의 정치가 지속된다면, 앞으로 우리 손자 대의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지가 걱정되고 불쌍해진다. 용재 성현이 지적한 조선 시대의 사회상보다 21세기의 대한민국 오늘의 세태가 백번 더 했으면 더했지 무엇이 다르다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