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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버스터미널 신축도 좋지만… 폐가 방불 원성

편의시설 전멸·화장실 악취 진동… 시민 편의 외면한 ‘용인시 행정’

[용인신문] “추석을 맞아 고향 용인에 왔는데, 터미널이 이게 뭡니까? 버스터미널 신축공사를 한다고는 하지만, 버스 승차장 천막은 뜯겨 마치 폐가 같고 화장실은 관리를 하지 않아 냄새가 고약해 짜증부터 납니다. 또 약 하나 음료수 하나 살 곳도 없어요. 시장이나 시의원들은 이곳에 한 번 이라도 와 봤는지 묻고 싶습니다. 새로 터미널 짓는 건 짓는 것이고, 그동안 시민들의 불편을 이렇게 방치해도 좋은지 반문하고 싶네요.” 지난 추석 지방에서 버스를 이용해 고향인 처인구를 방문한 이현수 씨의 일갈이다.

 

용인시가 시설 노후화 및 협소한 공간 등을 이유로 공용버스터미널에 대한 현 위치 재건축에 착수했지만, 공사추진 과정에서 시민 편의는 무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계획 단계에서부터 시민들을 위한 배려는 전혀 검토되지 않은 것.

 

어쩔 수 없이 버스터미널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용인시 행정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는 현장”이라며 “무엇보다 외부에서 용인을 찾는 사람들이 용인시를 무엇으로 보겠느냐”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20일 처인구 마평동 용인공용버스터미널. 터미널 외벽에는 신축 안내문이 붙어있지만, 차표 발권 등은 기존 터미널 건물 내에서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터미널 내부다. 모든 상가는 문이 닫혀있고, 화장실은 관리가 되지 않아 악취로 가득 차 있다. 버스 승강장의 비가림막 역할 등을 해주던 천막은 뜯겨져 나가 있다.

 

용인특례시는 지난 8월 16일 공용버스터미널 재건축 공사에 착공했다. 당시 시 측은 현 터미널 건축물을 철거하고, 부지 한쪽에 가설건축물을 만들어 발권 업무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차량 승강장 역시 임시로 건설해 본 터미널 준공 때까지 운영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시 측이 발표했던 가설건축물 등은 건설되지 않고 있다.

 

시 측은 “승차권 발권 등을 하는 가설건축물은 당초부터 오는 11월 중 완공될 예정이었다”며 “그때까지는 현 터미널 건물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 같은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시민 편의는 검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와 터미널 운영사인 경남여객 측은 터미널 내에 입점해 있던 상가들의 폐업에 몰두한 나머지, 2~3개월 간 시민들이 겪을 불편은 안중에도 없던 셈이다.

 

시 관계자는 “공사업체 선정 및 공사 기간이 정해졌지만, 일부 상가들이 퇴실을 거부하는 상황이 발생했었다”고 말했다.

 

결국 행정기관 편의에 맞춘 계획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시민들이 떠안게 된 셈이다.

 

지난 20일 터미널에서 만난 학생 A양(고2)은 “매일 버스를 타고 터미널을 거쳐 등·하교를 해야 하는데, 화장실 이용 등이 너무 불편하다”며 “특히 야간에는 무서워서 터미널 안보다 밖에서 차를 기다리는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시민 B씨(이동읍)는 “자동차를 이용하는 공직자들이나 정치인 등은 대중교통을 꼭 이용해야 하는 청소년과 취약계층 등 대중교통 이용객의 고통을 모른다”며 “특례시 특례시 하는데, 이런 말도 안 되는 터미널 운영이 가당키나 한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든 상가들이 폐업해 을씨년스러운 모습의 용인공용버스터미널 내부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