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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과 폰지 사기

이상엽 (사진가)

 

[용인신문] 요즘 수년간은 경기가 좋았던 것 같지도 않은데 명품과 수입 고급자동차가 불티나게 팔리는 것을 보면 한국 자본주의가 묘하긴 하다. 부동산값이 폭등했다지만 그것은 금세 현금화할 수 없으니 뭔가 다른 구석이 있다. 바로 코인이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는 어느새 한국 주식 총액을 따라잡고 경제에 큰 변동 요인이 됐다. 그런데 말이 화폐인데 전 세계 어디서도 화폐로 사용되는 곳은 없다. 단 한 군데 엘살바도르가 도입했다가 국가 부도가 나버렸다. 그런데도 가상화폐는 자산이 되었고, 그 폭등세는 가히 살인적이다.

 

10년 전 1비트코인이 0.00025달러였는데 가장 높게 거래될 때 7만 달러였다. 엄청나게 돌풍을 일으킬 때였던 3년 전에는 1만 달러였으니 이때 코인에 투자한 이들이 엄청난 불로소득을 올린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쉽게 벌었으니 소비도 가히 명품급이다. 그런데 이런 코인은 정말 투자할 가치를 지닌 것일까? 즉 비트화 되어있는 정보가 실물경제를 압도할 만한 가치를 지녔다고 정말 믿는 것일까?

 

얼마 전 한국인 개발자들이 만든 일명 ‘김치 가상화폐’ 테라와 루나가 99.9999%가 폭락해 시장에서 50조 원이 사라졌다. 이 돈이 어디로 갔는지는 오직 큰손들만 알겠지만, 현실적으로 수백만 원에서 수억 원씩 투자했던 개미들은 졸지에 쪽박을 찼다. 루나는 미국 달러와 1 대 1로 교환할 수 있는 ‘스테이블 코인’으로 설계된 테라의 가치를 뒷받침하기 위해 발행한 자매 화폐다. 고도의 알고리즘으로 설계되어 결코 폭락하는 사태는 없을 것이라는 개발자들의 큰소리는 금방 헛소리가 됐다. 왜냐하면, 테라는 사실 아무런 담보 없이 만든 가상화폐이고, 이를 1달러 수준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루나였다. 그럼 루나는 가치가 있냐하면, 그것도 담보 없는 화폐이긴 마찬가지다. 그래서 테라를 자신들 회사에 맡기면 연리 20%의 이자를 주는 방식으로 투자를 받아 루나를 발행했다. 사실 정상인이라면 도대체 어디서 돈을 벌어 20%의 이자를 준다는 것인지 의심을 해봤어야 했다. 그리고 실제로 수많은 전문가가 위험을 경고했지만, 국내 20만 투자자와 해외 투자자들까지 일확천금을 기대하며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백년전 미국에 찰스 폰지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나라마다 국제우표가 제각각 가격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이 우표와 바꿔주는 국제반신우표권을 싼 나라에서 사서 비싼 나라에 팔면 떼돈을 벌 수 있다고 사람들을 유혹했다. 하지만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에게 45일에 50%, 3달에 100%의 이자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요즘 돈으로 수천억 원을 모아 이자만 지불하는 방식으로 돈을 빼돌렸다. 바로 피라미드 사기의 원조인 것이다. 기존 투자자의 이자는 신규 투자금으로 메꾸는 방식으로 말이다. 돈 욕심은 사람을 눈멀게 한다. 이렇게 폰지가 몇 번의 옥살이를 하고 1934년 이탈리아로 추방당할 때도 부두에는 그의 추종자들이 몰려들었다.

 

테라-루나를 발행한 권도형은 도망갔고 수십조 원어치로 부풀어 올랐다가 순식간에 하찮은 디지털 파일로 전락한 테라와 루나는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 총재는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에서 두 코인 발행 구조를 ‘피라미드 사기’라고 비판했다. 즉 권도형은 폰지라는 뜻이다.

 

인간 세상의 가치라는 것이 사실 주관적인 면도 있지만, 경제가 돌아가는 실물에는 결코 빠질 수 없는 ‘노동’이라는 것이 있다. 수만 년 동안 인간은 노동을 통해 세계를 건설했다. 그런데 오늘날 노동은 비천하고 교활하게 남의 돈을 착취하려는 범죄가 고상한 경제행위가 되어가고 있다. 도대체 우리는 무엇으로 삶을 이어가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