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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김민철(칼럼니스트)

 

 

이재명·윤석열 ‘여의도 정치’ 경험 전무

두 후보 모두 역대 가장 높은 비호감도

안철수 단일화 변수에 대선판 안갯속

 

[용인신문] 2월 15일 제20대 대선, 법정 선거운동이 시작되었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쟁취한 대통령 직선제가 부활한 이래 이번까지 여덟 번째 치러지는 대선이다. 지난 일곱 번의 대선을 겪었지만 이번 같은 선거는 처음 본다. 국회의원 경험이 전무한 양강 후보의 격돌, 검사 경력 26년 차 직전 검찰총장 출신의 제1야당 대선 후보의 등장 등등….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정치지형이 펼쳐지고 있다. 당선이 유력한 이재명, 윤석열 두 양강 후보는 역대 가장 비호감도가 높은 인물들이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최악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 선거”라고 정의하면서 “누가 당선되던지 나라의 앞날이 암울하다”고 진단했다.

 

이번 대선의 또 다른 특징은 배우자 리스크가 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불거졌다는 점이다. 이재명 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는 별정직 5급 공무원을 수행비서로 삼아 불법 의전을 누리고 경기도 법인카드를 사적인 용도로 사용해왔음이 드러나 사과해야 했다. 윤석열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는 학경력 위조와 무속 논란,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혐의로 여권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역대 대선에서 후보 배우자가 이렇게 말썽이 된 경우는 없었다.

 

특이한 점은 후보 배우자들의 치명적인 허물에도 불구하고 선거전은 진영논리로 무장한 여야의 무한대결로 ‘묻지마’ 지지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재명 윤석열 두 후보는 30% 후반의 박스권에 갖혀 1~2%의 살얼음판 같은 접전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박빙 구도에 변화를 가져올 변수는 국민의 당 안철수 후보의 야권후보 단일화 제안이다. 안 후보는 100% 여론조사 방식으로 야권후보 단일화를 성사시키자 제안했고 윤석열 후보는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에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안 후보는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단일화의 최종 데드라인은 3월 8일 자정까지다.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여러 제안을 통해 담판에 의한 후보단일화 노력을 계속 기울인다는 입장이다. 단일화가 성사된다면 그 효과가 얼마만큼 위력을 발휘할지 미지수지만 여권에 불리할 것이라는 것은 상식적인 전망이다.

 

# 여야 후보 모두 막판 단일화 카드

단일화 대상은 야권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재명-안철수 연대도 여전히 살아있는 카드다. 언론과 정치 평론가들은 “자리 나눠먹기”라고 비판하지만 “권력은 나눌수록 좋은 것”이다. 대통령제의 가장 큰 폐해가 행정부 권력의 비타협적 독점이다.

 

한국의 대통령선거는 종다수 방식으로 선출한다. 즉 한 표라도 더 많이 얻은 최고 득표자가 당선되는 것이다. 1987년 선거에서 노태우 후보가 36%의 득표로 당선되었고 지난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42%의 득표로 대통령이 되었다. 대통령제를 실시하는 대부분의 나라들은 결선투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국민 직접 투표로 선출된 선거인단에 의한 간선제를 고수하고 있는 미국은 538명의 선거인단 중 270명 이상을 확보한 후보가 당선된다. 프랑스와 남미 등 대통령제 국가들은 50% 이상 과반수 득표자가 없으면 1~2위 후보가 결선 투표를 치룬다. 어느 경우든 과반수 이상을 득표한 후보가 당선되도록 제도적 장치를 법제화해 놓은 것이다.

 

한국은 대선 때마다 후보단일화가 쟁점이다. 지켜보는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정말 지긋지긋하다. 정당의 최대 행사인 대통령 후보 경선을 통해 전당대회에서 확정된 후보가 지지율이 좀 미진하다 하여 매번 떠밀리듯 단일화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것은 넌센스이고 정당 민주주의에 반하는 행위이다.

 

지지율이 미미한 후보가 100% 여론조사 방식으로 단일후보를 결정하자고 우기는 것은 폭탄을 들고 “단일화 할래, 아니면 같이 죽을래?”라고, 협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단일화 안하면 낙선한다 해도 당당하게 당원들이 선출해준 과정을 존중하면서 필사즉생(必死卽生)의 각오로 국민의 지지를 구하는 것이 정당정치를 지키는 정도(正道)이다.

 

이번 선거를 마지막으로 후보단일화라는 선거 공학은 영원히 사라졌으면 좋겠다. 그래도 정히 단일화를 하겠다면 집권하면 각료의 몇 석을 우리에게 달라. 다당제가 정착될 수 있도록 선거법을 전면 개정하자. 내가 내세운 공약 중 이것과 저것은 반드시 수용하라는 등의 요구를 내걸고 합의가 되면 국민에게 과정을 소상하게 밝히는 것이 떳떳한 것이다.

 

# 적대적 정치서 상생의 정치로

지난해 연말 제20대 독일 연방의회 선거가 있었다. 동독 출신의 여성 정치인으로 4차례 총리연임에 성공하여 16년간 집권한 앙겔라 메르켈이 정계 은퇴를 예고한 가운데 치러진 선거에서 집권 우니온(기독-기사연합)은 제2당이 되었다. 제1당으로 부상한 사회민주당은 녹색당, 자유민주당과 연립정부 구성에 합의하고 이른바 신호등(적황녹) 내각을 구성했다. 신임 올라프 슐츠 총리는 독일 제9대 연방총리이다.

 

독일의 선거제도에서 가장 특이한 점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50:50으로 연방의회를 구성하며 득표율을 초과하는 의석을 가져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즉 40%를 득표하여 제1당이 되었다면 40% 이하의 의석만 차지할 수 있다. 독일 연방의회 선거에서 1당의 단독 과반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향점이 전혀 다른 사회민주당-녹색당-자유민주당이 연립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던 것은 권력의 분점이야 말로 대화와 타협을 통한 협치를 담보해주는 가장 훌륭한 제도라는 데 정치세력이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후보는 대통령 4년 중임제로의 개헌을 공약했다. 5년 단임제가 중임제로 바뀐다 해서 호박이 수박 되는 것은 아니다.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은 대통령제에 대한 애착을 그만 거두어야 한다. 이런 대선 정말 지겹지도 않은가? 제6공화국들어 7명의 단임제 대통령이 배출되었지만 3명의 전직 대통령은 감옥에 가야 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검찰의 수사를 받는 중에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국민의 지지와 기대를 받았던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탄핵 소추되어 파면된 최초의 대통령으로 기록되었다.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은 많은 업적을 쌓았으나 아들 관리를 잘못하여 줄줄이 감옥에 보내야 하는 아픔을 겪었다.

 

윤석열 후보는 독특한 캐릭터의 배우자로 인해 곤경에 처해있다. 윤 후보는 영부인이라는 호칭을 없애고 청와대 제2부속실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영부인이라는 호칭은 지금도 안쓴다. 그냥 ‘대통령 부인 아무개 여사’라고 호칭하면 된다. 윤석열 후보는 자신이 당선되면 현정부의 적폐를 수사하겠다고 하여 민주당으로부터 정치보복을 공언했다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정치보복은 절대 되풀이 되면 안된다. 김대중 대통령은 자신을 핍박하고 내란수괴로 몰아 사형선고를 내린 전두환 씨도 용서했다. 후일 전두환 씨는 역대 대통령 중에 김대중 대통령이 가장 전직 대우를 잘해줬다고 회고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재명, 윤석열 두 후보는 적대적 무한대결을 접고 누가 당선되더라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협력할 수 있다는 넉넉한 마음을 갖기 바란다. 진정 국민을 위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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