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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사람 용인愛

골짜기 이름 채록이 시급하다

이석순(전 수지농협조합장)

 

[용인신문] 유홍준씨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보면 우리나라는 전 국토가 박물관이라고 했다. 나는 널리 알려진 유산보다 우리의 향토문화 유산을 더 귀중히 여겨야 한다고 덧붙이고 싶다. 향토문화가 잊혀지고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탈 향토문화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농업 국가였기 때문에 한곳에서 수대를 살아온 정주생활이었다. 정주생활을 통해 그 고장의 지명과 골자기 그리고 사람이 살아오면서 있었던 모든 것이 녹음이 되어오듯 전래되어 왔다. 고장의 지명이나 이야기는 배운 것이 아니라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체득하는 것이다. 우리의 생활이 그렇게 만들었다. 어려서부터 꼴 베고 나무를 하더라도 혼자 가는 것이 아니라 동네 사람이 함께 했다. 또 어른 아이 같이 했다. 오며 가며 쉬며 끊임없이 나눈 이야기가 골짜기 시내 나무 바위에 얼킨 이야기였다.

 

바위이름 하나하나는 그냥 바위가 아니라 이야기가 있다.

 

광교산 9부 능선에 고염 나무 골이 있다. 고염은 사람이 먹는 과일이다. 이 나무는 감나무 접목의 대나무이기도 하다. 이 높은 곳에 고염나무가 자생하는 것은 사람이 이곳에 살았다는 증좌다. 바로 밑에 농골과 논골이 있는데 농골에는 농바위라는 큰바위가 있고 논골에는 논이 두어 마지기 있다. 이 높은 곳의 논은 화전민에게 아주 중요한 문전옥답이었을 것이다. 광교산에는 수십 군데에 골자기가 있고 그 골자기마다 이름과 전설이 있다.

 

이곳 말고도 배나무골 작은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골자기명은 견능안, 동자산, 갓쓴바위골, 남산삐둘이, 수박펀더구니, 사태골, 붕엉이골, 싸리골, 깊은골, 안골, 쌍박골, 가락꽁지, 말무덤이, 오리나무골, 우두무골 등이 있다. 광교산 큰골과 작은골 사이에 있는 행여 바위의 슬픈 사연은 아는 자가 있는가? 고개에도 전답에도 이름이 있다.

 

그러나 이것들의 이름이 사라져가고 있다. 생활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꼴베고 나무하러 산에 가는 사람들이 없다. 품앗이를 하면서 밭에서 논에서 주고받던 협업이 없어지면서 사람에게서 사람에게로 이어지던 구전이 끊겼다.

 

이것뿐이 아니다. 소위 개발이라는 것은 지표를 깎아서 산전벽해를 만들어 버린다. 지표는 향토문화의 뿌리다. 지금 마을에 가면 향토문화를 들려줄 노인들이 거의 없다. 연령대로 보아 70이상 이어야 옛 것을 조금 알고 있다. 이사 온 사람들은 알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향토문화의 급격한 소멸은 우리민족의 정서와 뿌리를 송두리째 잃어버리는 원인인 것이다.

 

우선 많은 골자기의 이름을 채록할 것을 제안한다. 지명 중 가장먼저 골자기 이름이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