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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모르던가 모지라던가.

 

[용인신문] 선비들의 목표는 국가의 재상인 정승이 되는 거다. 이를 위해 어려서부터 향리 서당의 늙은 훈장에게서 초학서를 떼고 큰 스승을 찾아가 더 높고 깊게 공부를 한다. 그런 공부가 얼추 지점에 이르면 등과하여 고을 수령이라도 되어 선비의 첫 출사라 하는 치인治人의 길을 걷는 것이다.

 

이런 자리에 오르기란 어렵기도 하겠지만, 설령 올랐다 해도 여차한 일로 인해 사화에 휘말리거나 한다면 인생 절딴나는 건 시간문제다. 하여 그런 자리에서 무탈하니 평생토록 몸을 보전한 선비는 그리 많지 않다. 이러한 선비들이 수신과 치국서의 제 1덕목으로 삼는 책이 곧 논어다. 공자의 말과 생각이 가장 많이 기록되어 있어서다. 어찌 보면 논어는 정치서라 해도 될 만치 정치에 관한 문답이 많다.

 

다산 논어고금주에 따르면 정치는 윗사람이 백성을 올바르게 다스리는 것이라 했다. 그 올바르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반듯해야 한다고 부언한다. 참 어려운 얘기인 것만은 분명하다. 주머니 털어 먼지 안 나는 사람 어디 있으랴, 모두 적당히 때 묻은 공범들 인 듯 서로를 위안 삼고 사는 세상이라지만 백성을 다스리는 위치에 있다면 그래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글 속에서나 있는 일이고 현실은 뭐 묻은 것이 뭐 묻은 것을 나무라고 있음이 작금의 세태이다.

 

논어의 경구는 이를 경계한다. 젊잖고 성실한 것 같은데 속은 텅 비어있으면서 오직 자신의 명성과 주변 관리에만 신경 쓰는 정치는 덕을 해치는 도적이다. 덕이라는 것은 두루뭉술하게 덕이라지만 실제로는 백성에게 이득을 끼치는 행위를 말한다. 이득에서의 이는 이利다. 곧 직설하면 재물로 백성의 삶을 윤택하게 한다는 말인데 나라의 곳간을 열어 퍼주라는 말이기보다는 정치의 덕이란 백성이 나라의 백성으로서 의무를 다하는 데 부족함이 없게 해주는 일이라는 말이다.

 

쉽게 말해서 백성이 먹고사는데 풍족하다면 그 정치는 훌륭한 정치라는 말이기도 하다. 사실 이는 아주 어려울 것도 없는 일이다. 아랫돌 빼서 윗돌 채우라는 식의 위태한 것도 아니고 모르면 백성들에게 물어서라도 해야 한다지만 그런 위치에 있는 정치는 누군가에게 묻는 자리가 아니라 백성에게 답을 주는 자리다. 더욱이 정치는 한번 뱉은 말을 다시 주워 담아서는 안 되는 일이다. 자신이 했던 말을 주워 담거나 번복할 정도면 모르던가 모지라던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