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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백성을 돌아볼 줄 아는 정치

 

[용인신문] 춘추시대 최고의 재상을 꼽는다면 아마도 ‘관중’이 으뜸일 것이다. 제나라 ‘환공’을 춘추오패의 1인자로 패업을 달성케 한 일등공신이다. 그의 정치철학은 왕을 높이고 오랑캐를 물리친다는 존왕양이 사상을 기본으로 국가가 강대국이 되려면 우선 먼저 백성들 개개인이 부자가 되어야 한다는 데 있다. 그의 저술로 알려진 관자 목민편에 이런 구절이 있다. 모름지기 백성은 창고에 곡식이 가득차야 예절을 알며 의식이 족해야 영욕을 안다. 백성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먹고사는 문제라는 말이다. 곧 “먹는 것이 백성의 하늘이다.”는 말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정조대왕의 홍재전서 기록에 따르면 “백성이 배고프면 나도 배고프고 백성이 배부르면 나도 배부르다. (…중략…) 백성들이 편안한 자리로 옮겨간 뒤에야 내 마음도 편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나라를 다스리는 직위에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새겨둠 직한 말이 분명하다.

 

하루는 공자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인가와 한참 떨어진 태산 깊은 곳쯤을 지났다. 혹자의 부인이 울고 있어 자로로 하여금 연유를 물은즉, 아들이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는데 얼마 지나지않아 남편도 시아버지도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다 한다. 그래서 슬프고 원통해 운다는 것이다. 이에 듣다 못한 공자님께서 “그러시다면 이곳을 떠나면 될 것 아니냐”고 했더니 혹자의 부인은 말하길 “이곳에는 가혹한 정치가 없기 때문에 떠날 수가 없다”고 한다. 여기서 나온 말이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말이다. 정치가 얼마나 혹독했더라면 아들과 남편과 시아버지가 죽어 나가도 이곳을 떠날 생각을 안 한단 말인가.

 

정치라는 것은 백성을 돌아보고 백성이 필요한 것이라면 그것이 뭐든 들어 줄줄 아는 것 그게 정치다. 그럼에도 백성을 돌아볼 줄 모르는 정치인이라면 끝이 좋지 못하다. 걸왕이 그랬고 주왕이 그랬다. 맹자는 이렇게 말한다. 걸왕과 주왕이 천하를 잃은 것은 백성을 잃어서이며 백성을 잃은 것은 그들의 마음을 잃어서다. 여민해락이라 했다. 문왕은 백성과 더불어 다 함께 즐거워한다는 말이다. 아성 맹자가 위나라 대량에 있을 때 위나라 양혜왕을 만나 얘기하던 중에 나온 말이다. 정치에서 백성이 안보이기 시작한다면 그 정치는 썩은 정치는 아닐 수 있어도 죽은 정치는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