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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영의 숲이야기

고고한 선비의 지조를 상징하는 ‘잣나무’

이대영 용인시산림조합장

잣나무

 

[용인신문] 낮의 길이가 길어지면서 우리나라의 모든 산야가 짙은 녹색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잣나무는 늘 푸름에 변함이 없어 소나무와 더불어 고고한 선비의 지조를 상징하는 나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나무로 영어로 코리안 파인(Korean Pine)이라고 불리며 학명에도 한국 나무라고 분명히 표기돼 있다.

 

잣나무는 소나무과로 상록침엽교목이고 한국, 중국, 러시아, 일본에서만 자란다. 추운 곳을 좋아하는 한대수종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백두산과 개마고원에 주로 분포한다. 강원도 오대산과 설악산 등 남부에서는 표고 1000미터 이상 되는 고산지대에서 자생한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수탈과 6·25 전쟁을 겪으면서 벌거숭이가 된 산에 주로 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산림녹화 사업이 시작됐다. 잣나무는 리기다소나무, 낙엽송에 이어 세 번째로 조림을 시작한 수종으로 중부이북지방에 많이 식재됐으며 용인에서도 짙푸른 잣나무를 흔히 볼 수 있다.

 

잣나무는 30m 높이까지 1m 직경을 유지하며 곧게 자라고 그 위로 가지가 돋아나며 고르게 뻗쳐 긴 삼각형 축을 이루는 늠름한 모습이다. 나무껍질은 흑갈색이고 바늘 모양의 짧은 가지를 가졌다. 가지 끝에는 소나무에 솔방울(소나무 열매 송이)이 2개씩 달린 것과 비교해 잣방울이라 표기하지는 않지만 잣 열매 송이는 5개씩 긴 모양으로 모여 달려서 유난히 짙푸르고 무성하다. 꽃은 적황색으로 5월에 피고 열매는 이듬해 10월에 열리는데 솔방울처럼 생겼으나 타원형으로 그 송이의 크기가 어른 주먹만 하고 겉의 비늘 안에 잣이 들어있다. 한 송이에 약 100여 개의 잣이 들어있고 열매는 최소 12년 이상 평균 25년이 넘어야 결실량이 많다.

 

경기도에서는 가평 잣이 유명하며 전체 생산량의 45%를 차지한다. 잣은 잣죽을 쑤어 먹거나 다과에 고명으로 얹어 다과의 품격을 살리는 동시에 그 모양도 예쁘게 만들었다. 단백질 등 기본 영양성분은 물론 무기질과 비타민까지 고루 갖춘 완전식품으로 알려졌다.

 

지봉유설 등 옛 문헌에 의하면 중국 사람들이 잣을 좋아해서 신라 사신들이 중국 당나라에 갈 때면 선물로 전했다고 알려지는 무척 귀한 특산품이다. 신라송이라 불리는 우리나라 잣은 바다를 건너온 나무라 해서 해송이라 불렸고 그 열매를 해송자라고 불렀다.

 

잣나무는 불그스름한 색과 함께 가볍다는 특징이 있어 매우 좋은 목재로 알려졌으며 건축재, 가구재, 선박재 등 다양하게 사용됐다. 단점이라면 송진이 많아 가공이 어려운 점이 있지만 송진의 독특한 향과 함께 보전이 잘 되는 장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