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보면 한국 조각의 흐름이 보인다

  • 등록 2008.04.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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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동에서 작품활동…용인현대조각회 초대회장도
용인거주 예술인 릴레이 인터뷰 ①조각가 전준

   
 
몇 년 전만해도 전원도시였던 용인은 많은 인구의 전입으로 이제 도농복합도시로 거듭났다. 전입온 사람들 중엔 그야말로 내노라는 예술가들도 용인시민으로 살고 있다. 이번 주 부터 용인에 거주하는 예술인들 릴레이 인터뷰를 준비했다. 제2의 고향 용인에서 새로운 예술혼을 발휘하고 있는 그들을 만나보자. <편집자주>

얼마 전 27년간의 서울대 교수직에서 명예퇴직하고 조금은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전준 조각가를 수지구 고기동 깊은 산골에 위치한 그의 작업장에서 만났다.

갖가지 돌이 널려있고 용접한 동판과 목조각, 특이하고 다양한 작품들이 1, 2층에 널브러져있는 조각가 전준 작업장은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그런 그의 작품들이 40년이 넘게 조각이라는 한길을 걸어온 그의 모습을 대변하는 듯하다. 평론가들은 조각의 흐름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조각가 전준의 작업을 돌아보는 것은 한국 조각의 흐름을 보는 것과 같다고 평하기도 한다. 이런 그가 용인에 자리 잡은 것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1996년에 용인에 작업장을 마련했어요. 처음에는 처인구 와우정사 근처도 알아보고 다른 시군에도 알아보고 했는데 결국 현재 고기동에 작업장을 마련하게 됐죠. 용인과 인연이 있었나봐요.”

허름한 작업복과 조금 여유로워 보이는 모습의 전 작가의 모습에선 서울대 교수라는 직함과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는 찾아 볼 수 없었다.

그가 조각의 길로 들어선 건 건축가였던 아버지의 적극적인 권유 때문이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소질이 있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예술가의 길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조각을 하려고 하지 않았지요. 그러다 끈질긴 아버지의 권유에 또 조각에 매력에 빠져 조각의 길로 들어섰죠.”

그와 조각의 만남은 흘러온 시대만큼 많은 이야기 들을 담고 있다.
1964년 국전 신인예술상 차석상과 1965년 수석상, 1975년 국전 문화 공보부장관상 등을 휩쓸며 두각을 나타냈지만 1976년 첫 개인전을 끝내고 돌연 해외 유학길에 올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유학생활이 힘들기도 했지만 참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웠어요. 서양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몰입이라던가, 남다른 직업의식 등을 보면서 참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해요.”

유학생활 이야기를 하는 그의 눈빛에선 아직도 넘치는 조각에 대한 열정이 베어 나왔다.

그는 서울예술고등학교 10년, 서울대학교 27년 등 조각에 대한 열정 못지않게 후진 양성에도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가 배출한 예술가를 따지자면 손가락은 물론 발가락을 합쳐도 모자랄 지경.

“서울 집에서 나와 학교에 가고 다시 용인의 작업장에서 작품 활동하고 다시 학교가고, 참 많이 바빴지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작품 활동하는 것보다 가르치는 일이 더 힘들었던 거 같아요. 내가 잘해야 후배들도 잘된다는 생각에 작품 활동도 더 열심히 한 거 같고요. 이제 그런 압박에서 벗어났으니 후배들에게 밀리지 않도록 작품 활동에 더 매진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는 요즘 지난 23일 창립한 용인현대조각회 활동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번에 용인현대조각회의 초대 회장을 맡았습니다. 초대 회장인 만큼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지역사회에 기여도 하고 조각가들이 서로 발전전 방향으로 에너지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인거 같아요. 앞으로 전국적으로 모범이 되는 모범단체가 되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그는 오는 9월 11번째 개인전을 모교이자 오랜 시간 교직생활을 하던 서울대학교 미술관에서 가질 예정이다.

“작업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그. 다시 작업복 차림으로 작업에 열중하는 그의 모습에서 환갑이 넘은 나이보다는 예술가로서, 조각가로서의 젊은 열정만이 느껴졌다.

김호경 기자 yongin@yongi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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