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ㅣ권박

  • 등록 2022.03.21 09: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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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권박

 

뼈가 쏟아진다

전생의 일이다

 

왜 뼈가 지금도 쏟아지는가.

왜 나는 아직도 맞고 있는가.

 

권박은 1983년 포항에서 태어났다. 2012년 『문학사상』을 통해 문단에 나왔다.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녀의 시에는 각주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녀는, 각주는 시문이라고 말한다. 본문의 몇 배나 되는 각주는 그녀의 시의 핵심 메시지로 시에 작용한다.

「폭우」에는 각주가 없다. 다행이다. 시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 망설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폭우로 내리는 빗줄기를 뼈의 이미지로 본 것이 이 시의 비의다. 뼈가 쏟아지는 것이다. 뼈가 쏟아지는 것은 전생부터 있었던 일이다. 쏟아지는 빗줄기를 뼈로 보았다면 강철로 볼 수도 있을 것이고 숲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근심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고 절망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뼈가 왜 지금도 쏟아지는가?라고 묻는다. 뼈는 후에도 쏟아질 것이다. 아주 먼 미래에도 뼈는 쏟아질 것이다. 그리고 독백한다. 왜 나는 아직도 그 뼈를 맞고 있는가?라고. 이 부분은 실존적이다. 살아 있으므로, 이 땅에 존재하므로 비를 맞는 것이다. 화자는 이 땅에 살아가는 현존재인 것이다. <문학과지성사> 간 『아름답습니까』 중에서. 김윤배/시인

김윤배 기자 poet01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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