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네의 쉼표ㅣ최예숙

  • 등록 2024.08.26 09:56:22
크게보기

그네의 쉼표

                            최예숙

 

 

바람이 가만히 등을 떠민다

 

내가 태운 그들은 떠나고

잃어버린 기억만 저 그네에 앉아 있다

 

아직 그의 마음이 떠나지 못한 그네

반동은 그 사람처럼 흔들린다

 

한 무리 웃음을 깨물고 놀던 아이들은 돌아가고

회사에서 밀려난 그는 구겨진 이력서 담긴 가방을

안고

어둠이 쌓인 그네에 앉아 흔들리고 있다

 

흔들렸던 시간은 그에게 쉼표를 손에 쥐여 준다

처음으로 돌아가면 첫 마음이 보인다고

 

한 줌의 행복마저 밀봉한 삶

그네는 물러날 때 더 높아지듯

세상은 남은 온기로 힘껏 그의 등을 민다

 

 

충남 홍성 갈산 출생.

시집 『물방울이 범종을 친다』 『나무는 새와 별의 나들목』

아르코문학 창작기금 선정

박숙현 기자 yonginceo@naver.com
Copyright @2009 용인신문사 Corp.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용인신문ⓒ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지삼로 590번길(CMC빌딩 307호)
사업자등록번호 : 135-81-21348 | 등록일자 : 1992년 12월 3일
발행인/편집인 : 김종경 | 대표전화 : 031-336-3133 | 팩스 : 031-336-3132
등록번호:경기,아51360 | 등록연월일:2016년 2월 12일 | 제호:용인신문
청소년보호책임자:박기현 | ISSN : 2636-0152
Copyright ⓒ 2009 용인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yonginnews@daum.net